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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철암천에는 정말 검은 물이 흘렀을까. 마누라 없인 살 수 있어도 장화없인 못산다고 할 정도로 온통 탄가루와 탄죽으로 질척대는 까만동네라 하던데.
“검은 물이 흐르는 철암천에서 아이들과 헤엄치며 놀다가 똥 한 무더기가 떠내려 오면 기겁을 하고 물 밖으로 뛰쳐나갔다 가도 금새 다시 돌아와 물장구치며 놀았어요. 똥독이 올라 고생한 적도 여러 번이고. 한겨울에는 철암천으로 오물이 그대로 떨어져 ‘똥탑’이 집집마다 줄줄이 생겼지요. 좁은 철암로 변에 집을 내자니 하천부지에 기둥을 세울 수밖에 없었고 천변 쪽 가장자리에 널판자 두어 장을 깔아 화장실로 사용했더랬죠.”
대부분 무허가인 천변의 집들은 하룻밤 새 지어지곤 했다. 이튿날 관에서 나와 부수면 다시 밤새 뚝딱 짓기를 수없이 반복하면서 지금과 같은 천변의 풍경이 만들어졌다. 아옹다옹 쌓인 거친 정이 철암천변의 풍경에는 베어있다.
지금 철암천변의 신설동은 상습수해지역으로 거의 철거되었다. 고원의 따가운 햇살이 오후의 산등성과 시내와 천변의 지붕에 가득한데 폐가 한 채가 삐죽이 돌축대 위에 있다.
“쪽방에 발 뻗고 누우면 발끝이 시려 쪽마루를 내고 앞산을 바라보며 기지개라도 한번 켤라치면 손바닥만한 마당이라도 필요했을 거 아니래요? 갱도에서 나오는 폐석을 죄 퍼다 협곡의 하천부지를 야금야금 메우면서 집터를 장만했더래요.”
작년 9월 태풍 때 천변에 사는 한 아저씨는 감전 사고를 당했다. “그 영감이 욕심은 많아가지고 신설동 뒤켠에 몰래 과실나무를, 산나물을 저렇게 잔뜩 심어놓고는 말 한마디도 못하고 죽어버렸지.”
태백, 철암은 어떤 풍경으로 남아야 할까. 가파른 협곡에 터전을 잡은 탄광촌은 한국 근대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며 휘황한 대도시의 배후에 늘 있었다. 세 번째 태백 석탄 풍경전은 그 곳을 바라본다.
2004.9.3 14:54 류장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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