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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무나무옆을걷다 2006.5.6-5.12
배석빈,백규석,이자영 드로잉전
남양주아트센터
초대일시_5월6일(토)오후4시-5시 *월요일휴관
_배석빈의 회화는 자신만의 내적 순결성과 깊이, 그리고 그것의 외부에 존재하는 엄밀하고도 자명한 현실세계를 바로 세우는 원리나 기율 같은 것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 듯하다. 그것이 표출하는 것은 작가 나름의 섬세하고도 장대한 감각의 현현인데, 이것은 물론 그가 평소에 지닌 세계에 대한 유물적 인식태도에 기반 한다.
그러나 그가 어떤 깊이나 원리라고 부르는 그것은 그만이 지닌 회화의 평면성 위에 지극히 영적인 후광을 견인한다. 이것은 매우 아이러닉한 결과인데, 이미 주어진 원리가 아니라 발견해 나가는 감각이며 그것에 기반 해 생성해 나가는 작가의 내적 원리성이 삶의 장 여러 국면에서 맞닥뜨리는 낯선 이물감을 이러저러한 원소적 실체로 환원해 펼쳐 보일 때 등장하게 되는 역설적 환영의 모습이 엇갈려 등장하기 때문인 듯 하다. 때문에 그의 회화 앞에선 관객은 그것이 보여주는 모호한 기호들의 의미와 명백한 윤리적 태도 사이에 특이하고도 끝이 없을 듯한 여정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동시대의 획일화된 도시가 제공하는 일상적 삶은 더 이상의 개인적 특수성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 속에서 어떤 내면의 깊이를 추구하고 하는 의지나 욕망들은 더없이 단속화 되고 분절화 된다. 그것에 침윤하며 주관적으로 대응하는 개인적 삶이 궁극적으로 그가 추구하는 새로운 예술의 경지를 이룰 수 있게 하는 것은, 감각적이며 내면적인 극단의 양면에 지속적으로 긴장하는 것일 수밖에 없으며 범속한 삶을 초월하는 앎에의 욕망으로 끝없이 고투하는 것 일게다.
_이자영의 회화는 그 무엇보다 보는 이로 하여금 누군가의 내밀한 고백이 담긴 일기를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 일기는 물론 일기의 특성상 자신만의 서사가 담겨있기도 하지만 보통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의 개성적 심상들을 보여주는 것에 충실하다. 그것은 실제의 짧은 여행에서 나온 체험이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 혹은 상주하는 주변의 사물이 던지는 짧은 인사말과도 같은 이미지이기도 하다.
그의 회화에서 그것을 표지하는 몇 개의 기표는 사물의 그림자이며 동시에 사물의 외면이 뿜어내는 색 고유의 섬세한 잔영이다. 그 속에 사람이 있고 식물이 있으며 건조한 도시의 건물들과 동물들, 그리고 꿈속에 보이는 듯한 풍경들이 있다. 그의 그림이 여행을 닮은 것은 그러한 개인적 충일감의 로망이 어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행은 홀로 가는 것이기에 고독하다. 더욱이 그것이 현실의 풍경이 아니라 그러할 것, 이라는 기시감의 여행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러한 여행은 더이상 시간의 더딤과 빠름이 중요하지 않다. 실제의 여행이든 상상의 여행이든 길의 음미만이 중요할 뿐이다. 그 길에서 만난 대상과 나와의 심경적 일치가 유일한 대화의 유효성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길은 언제나 어린아이나 들짐승과도 같은 새로움으로 그림의 처음에 서 있다.
_백규석의 그림은 서정적 풍경의 독단적 모뉴먼트이다. 그것은 실제로 작가가 이국에 나가 작가의 눈에 보이는 여러 이국적 풍광에 대한 충실한 모사를 할 때도 마찬가지로 드러난다. 내면의 독단성에 지겨워하면서도 그것을 끝내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마음의 진정성에 대한 작가 개인의 갈망이 시선의 여러 갈피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면의 풍경은 개인성의 진실을 어느 정도 담보할 수 있지만 그것이 사물 전체의 온전함, 혹은 리얼리티를 얻게 되기까지에는 사물 스스로의 순전성에 더욱 기투 할 필요가 생긴다. 그것은 물론 남들이 다 그러할 것이라 인정하는 공통화 된 감각과는 다른 차원이다. 외면은 감각의 벼랑이지만 그것에 몸을 던져 떨어질 때의 아찔한 낙차의 각성은 회화만이 가진 고유한 미적 체험이기 때문이다. 즉물화된 감각에 반응하되 결국 작가 스스로 그것을 배반하고서야 깨닫게 되는 미적 환기력.
아주 작고 소박한 것에서 크고 너른 시야의 사물에 이르기까지 시각의 원근감을 제거하고 드러내는 마음의 풍경은 지극히 인간적이지만 동시에 오만하다. 그러나 작가는 그러한 오만함이 극도의 현대적 자극으로 충만한 가짜의 것들로부터 벗어나는 가끔은 '필요한 오만함'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한 태도가 지닌 한계 역시 분명하지만 그것을 내파해가는 성실함 역시 오롯이 작가의 몫이다. <백규석>
남양주아트센터/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동 420-5번지
전화 031_591 4519 / 592 1811 *월요일휴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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