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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05월 (2002.5.18-2002.5.19)
 여행 일정
< 8차 철암그리기 >
2002. 5. 18 - 19 (1박2일)
-이번 여행에는
1. 할아텍 기획의 황우철 개인전이 철암역갤러리에서 열립니다. (2002. 5. 18 - 6. 15)
2. 철암답사 코스는
1) 돌구지> 광부의 길> 월천동> 신설동과 삼방동 골목으로
2) 연화산 자락의 산사> 피네골 따라> 선탄장으로
3) 석공입구에서 선탄장 뒷길을 따라 남동으로
4) 저탄장 등반이 있습니다.
3. 철암초등생을 대상으로 한 3차 어린이 조형교육 프로그램이 병행됩니다.
-세부일정
2002. 5. 18
07: 55 - 청량리 2층 대합실 중앙선 개찰구 앞 집결
08: 25 - 13: 09 청량리역-철암역(하행) / 09:10 양평경유
13: 20 - 13: 50 점심식사
13: 50 - 17: 30 철암그리기 1
17: 30 - 20: 30 황우철 개인전 오픈닝 행사 및 저녁식사(신토불이)
20: 30 - 21: 00 이동(태백산 민박촌)
21: 00 - 23: 00 저녁모임 (작품발표 및 토론)
22: 00 - 자유토론
2002. 5. 19
07: 00 - 08: 00 아침식사
08: 00 - 12: 30 태백산 등반(당골 혹은 절골)
12: 30 - 13: 00 이동(철암)
13: 00 - 17: 00 철암 그리기 2
17: 31 - 22: 11 청량리 행 새마을호 / 21:17 양평경유
22: 11 - 22: 20 마무리
참가자
1. 이경희
2. 류장복
3. 서용선
4. 한응전
5. 황우철
6. 임 홍
7. 조현남
8. 박정아
9. 정은화
10.윤정례
11.정승운
12.남두필
13.장정자
14.장성아
15.이신애
16.박혜성
17.김경옥
18.신영숙
여행 경비
총수입
55000원 7명=385000 [서용선,이경희,조현남,박정아,정은화,윤정례,이신애]
15000원 3명= 45000 [박혜성, 남두필,장정자]
20000원 1명= 20000 [신영숙]
5000원 1명= 5000 [이경우]
15000원 1명= 15000 [주대관 식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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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70000원.....1
추가회비
10000원 7명=70000 [박정아,정은화,윤정례,조현남,이신애,서용선,이경희]
5000원 3명=15000 [남두필,장정자,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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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85000원......2
1과 2의 총합계=555000원
지출
차비 (하행 7명) 133300
5,18일 신토불이 점심식사 54000
5,18일 그린회관 저녁식사 55000
b-29호 숙소비 60000
소주, 생수3 6800
5,19일 남두필,장정자 아침식사 10000
흥복사 점심공양 30000
상행차비7명 139300
차표 환불손실 3700
저녁식사및 커피 67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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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출 총계 559600 ( 결산은 -4600원)
여행 후기
박정아
어때 현실 감이 마구 마구 느껴지지?
얼마전에 읽은 루닉 마이클의 '너와나' 라는 책의 한구절이 여행을 끝나고 돌아오는 내내 머리에서 가시지 않더군요...
어느 곳의 모임에서나 막내인적이 없었던 저에게 막내라는 새로운 새계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있게 해준 저의 발과 가슴에 먼저 감사드립니다..
5월 17일 5시경
인사동 상 갤러리에서 좋은 말로 도우미 나쁜 말로 누가 몰래 팝풀렛 집어가나..지켜보고 있던 저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할아텍 낼 모임에 오시죠?
저는 경계의 시선을 늦추고 궁금한 여러가지를 묻습니다..
아마 장성아님이 신거 같았어요..
저의 철암은 여기서 부터 시작인거 같습니다.
5월 18일
긴장한 탓인지 7시 30분경에 도착한 저는 삼각깁밥을 사먹으며 그곳을 두리번 거렸습니다
그리고 청량리 역으로가니..
아 저 무리가 내가 가야하는 곳이구나를 딱 알게한 곳이 있었고,,
다행이 여감은 맞았습니다..
기차여행..
(내 내 묵비권을 행사하도록 ..거의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았습니다..)
철암 도착,,
누가 양동이로 물을 퍼 부었고.,
4시 반까지 스케치하다가 오라는 말씀에 무작정 언니들을 따라갔고..
저탄장 위로 올라가 죽음을 무릅쓰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사진도 찍고요.,
4시 30분에 도착하니 전시 오픈 준비가 한창이였고
드디어 저에게도 임무가 주어졌습니다..
아주 중요한 과일깍기...
너무 재미있었구요..
저도 드디어 한 식구가 되는 것 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그때까지 오늘 전시 작가 님이 어떤 분이신지 몰랐고 과일만 깍았죠,,,첨 모임에 오시는 분은 먼저 과일깍기를 시키세요..그럼 아주 좋아할겁니다.)
끝나고 숙소로와 저녁후 간단한 품평회와 술자리가 있었는데..
얻는 것도 많았고..아주 즐거운 시간이 었습니다.
5월19
아침에 분주한 소리에 일찍 잠을 깬 모두는 산행을 비 앞에서 좌절 당해야만 했고..
모두 모여 앉아..
비 그치기를 기다렸고...
어떻하면 안 들키고 서용선 선생님 발바닥에 낙서를 할수있을까 모의를 하고(물론 실행은 못하고...^^)
비가 그치자..
산행을 했습니다..
비가 부슬 부슬 오는 아침의 산행은 정말 꿀맛이 더군요..
그리고 경제적 사정으로 인하여 흥복사때 까지는 아무것도 먹질 못했습니다..
(사실 쓰러 지는 줄 알았습니다..)
처음으로 먹어보는 절밥 맛있었어요..(저희 집 근처에도 절이 있는데 가끔 찾아가야 할것 같아요..)
빛이 나서 사진을 더 찍고 그리고 서울로 왔습니다..
너무 행복한 여행이였습니다...
류장복
<8차 여행기>
2002. 5. 18
임감독의 배려로 토요일 오후 함께 자동차로 철암을 향했다.
15:00에 서울대를 출발한 우리는 얼마가지 못해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했다.
예상과 달리 날씨가 쾌청했기 때문에 고속도로에는 차량이 많았다.
임감독의 부드러운 운전솜씨가 발휘될 수 없었다.
말할 수 없는 지루함은 어제 밤의 수면부족을 일깨운다.
따가운 햇볕을 덮개 삼아 잤다.
임감독의 세심한 눈초리가 얼굴을 간지럽혔지만 무시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쯤 갔을까.
날이 어둑해지자 영월에 진입하고 있었다.
간단한 요기라도 할 요량으로 강원도 감자 빵집에 들렀다.
임감독은 막 꺼내온 빵을 산 꽃게 집듯 양손으로 번갈아 받쳐 한 입 베어 물더니,
이런 빵은 손으로 먹어야 제 맛이 난다고 말한다.
나는 젓가락을 놀리며 물끄러미 들었다. 다소 핀잔조다.
"이제부터 내가 운전하지요."
'우르릉 꽝-꽝,' 요란한 천둥소리가 깜깜한 하늘을 메우고 '지지직 번쩍,' 높은 산이 허옇게 보이더니,
양철지붕 때리는 소리와 함께 굵은 빗줄기가 헷뜨라이트 속으로 빽빽히 들어선다.
어지러운 시야를 헤치고 구불구불 오르막 내리막 재를 넘어 가노라니,
별천지 무릉도원을 찾아든다 싶다.
이렇게 생각이 미치자 '철암에서 무릉도원 읽기'라는 제하의 황선생 전시가 새삼 궁금해진다.
불안한 임감독이 무어라 가끔씩 하는 말은 이런저런 골똘한 생각과 대자연의 음향효과에 묻히기 일쑤였다.
그는 간간이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23:00가 다되어서 태백산 민박촌 숙소에 당도했다.
"조금 늦었습니다."라는 말로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방에 들어섰다.
새로운 젊은 얼굴 몇몇과 익숙한 얼굴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이미 술자리가 무르익고 난 끝이라 이런저런 가벼운 이야기가 후렴처럼 이어졌다.
자정을 넘길 무렵 황선생 일행이 묵고있는 바로 옆 숙소로 이야기 자리를 옮겼다.
황선생 부모님들은 전시회를 참관하고자 멀리 여수에서 첩첩고원의 철암까지 긴 여행을 마다하지 않았다 한다.
우박섞인 비를 뿌리는 컴컴한 하늘과 맞닿은 지평선을 향해 끝간데 없이 휘어진 길을 달리던 자동차 안.
노부모가 말씀하시길, "어따, 호랑이 새끼 치것네." "아가, 밝은 동네 놔두고 하필 이런 곳에서 전시 한다냐?"
굵은 톤의 목소리로 억센 사투리의 억양을 그대로 흉내내는 정승운 선생의 재담으로 술자리는 다시 익어갔다.
이어지는 이야기마다 터져나오는 웃음소리 뒤에 진한 여운이 남는다.
2002. 5. 19
어찌된 일인지 일정상의 아침식사를 거른다는 통보가 있었다.
회비부족이 이유라는 것을 알자 총무의 어려움이 이해된다는 끄덕임과 동시에
그린회관의 진하고 시원한 북어국 맛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린회관의 25인승 차를 그래도 탈 수 있었다.
그린회관에서 '삼춘'으로 불리는 그 분은 언제나 친절하다.
여름에 가볼만한 근처의 계곡에 대해 소상히 말해주었다.)
일행은 흥복사의 만찬을 향해 묵묵히 차에 올랐다.(그렇게 보였다)
부처님 오신날 흥복사의 마당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산채나물과 흰쌀밥으로 포식한다.
포만감에 젖어 단체사진을 찍는다.
흥복사에서 피네골따라 내려오는 길은 5월 여행때와 마찬가지로 포근하다.
먼데 산이 곂곂 보이고 그 아래로 알록달록한 집들이 길의 양옆으로 붙어있다.
길을 따라 실개천이 함께 흐르고 나즈막하게 둔덕진 풀밭이 평화롭게 이어진다.
시야의 가장자리를 메우는 숲의 나무들은 보행자를 감싸며 등 뒤로 사라진다.
피가 내를 이룰 정도의 사건이 이곳에 있었던가 싶다.
대자연의 묵묵함은 때때로 기억 너머의 저편을 암시한다.
걷고싶은 길이다.
황우철 개인전, 철암에서 무릉도원 읽기!
철암역 입구를 장식하는 녹색바탕에 진노랑으로 선명한 고딕글씨는 5월의 푸르름과 더불어 강렬한 이미지를 만든다.
갤러리로 들어서자 두 손바닥으로 가려질만한 크기의 작품에서부터 한쪽 벽면을 온통 덮고 있는 작품에 이르기까지 열기를 뿜어댄다.
각각의 작품들은 번갈아 가며 '내가 본다'라는 행위를 무색하게 한다.
내가 작품을 보는 건지 작품에게 보여지는 건지 모호하다.
철암의 인상과 연관된 알듯 모를듯 한 수많은 기호들과 색채가 중첩되어 난무한다.
원색적인 흔적들은 다소곳한 인공의 색채미를 거부한다.
거친 붓질의 파격은 원초적인 파열음을 일으킨다.
그의 신체는 이미 도구적으로 사용됨을 거절하고 기억의 대상과 직접 소통하기를 시도한다.
이 지역의 한 관람객은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더라... 그렇지만 돌아서 나올때 웬지 모르게 좋더라'라고 소감을 피력했다 한다.
그는 그렇게 화면 너머에 작가의 눈과 살짝 마주치고 부끄러워(?) 한다.
철암이 아니였다면 그 눈은 결코 마주치지 않았으리라.
철암을 통해서 철암인을 보는 이방인의 눈을 통해 그들은 철암을 기억해 낸다.
어제 급하게 쏟아내린 비로 인해 철암의 거리는 말끔하기 짝이 없다.
서용선, 이경희, 임홍, 류장복은 맑은 햇볕 속을 거닐어 본다.
겨드랑이 사이로 바람이 살랑 든다. 기분이 상쾌해진다.
철암 특유의 날씨.
주민들과의 대화 통로 찾기.
철암초등교생을 위한 조형교육여건과 내용의 문제.
소통을 위한 공공장소 확보와 정기적인 영화상영.
환경조형의 시도.
철암역에서부터 걸어 삼방동 작업실 옆 성당 앞마당의 작은 평상에 걸터앉기까지 상기한 등등의 화제가 이어졌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들이 지역의 사람들-관계자분들과 함께 모의(?), 실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응전 선생과 함께 석탄박물관 작품운송을 도와주신 철암 영우회 회원님께 이 자리를 빌어 단순한 감사의 마음을 너머서는 의미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도중에 들렀던 다방 입구에 가지런히 붙어있었던 포스터들 -'류장복의 겨울철암,' '한응전의 철암의 아침,' '황우철의 철암에서 무릉도원 읽기'- 이것들이 흐믓한 표정을 짓게 한다.
상행선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임감독의 경쾌한 독설이 그날 이후로 재개된다. (관객들에 둘러싸여)
하소연 조의 애절한 말투를 구사하고 있으나 자세히 들어보면 화자 중심의 웅변술이라는 느낌이다.
나는 말한다.
단지 걷는 모습이다.
왼발 다음에 오른발을 내딛는 것처럼.
내딛는 발 아래의 땅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말한다면
약자를 논리를 앞세운 강자적 간섭일 수 있잖느냐 라고.
17: 35 일행들을 마중하고 한응전, 임홍, 류장복은 저녁공양을 위해 흥복사로 다시 향했다.
수북한 밥 위에 갖가지 나물을 얹고는 양손으로 비비기 직전 황홀해 하는 한선생의 얼굴표정은 기쁨 그 자체다. 그는 채식주의자다.
셋은 이리 저리 빗겨 누운채 배를 쓰다듬으며 말을 주고 받는다.
'봉두난발과 승부의 진실성'에 대해.
결국 칠흑같은 절간의 고요함은 다시 돌 놓이는 소리로 채워진다.
왼편 다리없는 바둑 판 건너 한선생이 마주하고 오른편 다리있는 바둑판 건너 임감독이 마주하고 있다.
연기바둑이 행해졌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차례로 판을 거두고 난 후 미소를 머금고 잤다.
06:00 아침공양을 마치고 각자 밀쳐 두었던 서울에서의 일을 떠올리게 되자 서둘러 길떠날 채비를 서둘렀다.
류, 임, 한은 번갈아 운전하며 서울까지 내달렸다.
철암에서 영월까지 펼쳐지는 풍광은 언제 보아도 장관이다.
아침 안개가 자욱한 옥동의 산자락과 들판을 종이에 담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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