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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02월 (2002.2.16~2002.2.17)
 여행 일정
이번 여행시에는 석탄박물관전시에 이은 할아텍기획 류장복 회원의 철암역 갤러리 개관기념 개인전과 그간의 철암그리기 활동을 기록한 백서발간 기념행사가 있습니다.
*참고:석탄박물관전시는 눈꽃축제와 시기가 일치하여 10만의 관중이 들었으며 연장 전시에 들어갔습니다.
세부일정
2002. 2.16
07:50 청량리 2층 대합실 중앙선 개찰구 앞 집결
08:25-13:09 청량리역-철암역(하행) / 09:10 양평경유
13:30-14:00 점심식사
14:00-17:30 철암그리기 1 및 철암이해하기,사진기록 철암 걷기등(석공내부의 연탄공장과 선탄시설/게시번호 282 참조)
17:30-19:00 개관기념행사 및 류장복개인전 참관
19:00-20:30 저녁식사
20:30-21:00 이동
21:00-22:00 저녁모임(한담,작품발표 및 토론)
22:00- 자유토론
2002. 2.17
09:00-10:00 아침식사
10:00-10:30 이동
10:30-12:30 돌구지 공동작업실 주변과 산책로
12:30-13:00 산책로 '광부의 길'을 따라 철암의 남동으로 이동
13:00-17:00 철암그리기 2 및 철암이해하기,사진기록 철암 걷기등(월천동과 선탄장 내부)-개인의 관심에 따른 연속성을 감안하여 점심식사 시간을 별도로 책정하지 않았습니다.
17:31-22:11 청량리 행 새마을호/ 21:17 양평경유
22:11-22:20 마무리
참가자
1.류장복
2.서용선
3.이경희
4.한응전
5.박혜성
5.류현강
6.장성아
7.정은화
8.이신애
9.박진수
10.김형숙
11.이민재외 4명(영화학도)
16.천태은
17.노경아
18.재현이네 가족 3
19.새날이네 가족 4
20.찬이네 가족 3
21.명이네 가족 4
22.산이네 가족 3+1
23.강성몽(일본거주)
24.김용임
여행 경비
철암역 갤러리 공사내역
*숙박 --- (20,000x9) 180,000
*식비 --- (4,000x27) 108,000
*목공
주유비(출발당일) 30,000
사무실 문(기성문) 90,000
<잡자재>
신흥철물(양수리) 52,000
대구철물(철암) 17,200
21,000
4,000
테이블 톱(임대) 10,000
자재운반 인건비 50,000
--참 5,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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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계 567,750
*칠공사
인건비(2인)x2x70,000= 280,000
식비(2일간 중식제공) 21,000
---참 9,000
난방기름(등유) 12,000
잡자재(롤러,조색제..) 1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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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계 333,500
합계 -- 901,250
*초과지출 및 잔업비용
1,선팅 제거작업 및 청소 --예상인건비:50,000
2,목공작업 초과지출 :67,750
3,칠공사 초과지출(류선생님) :3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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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 -- 151,250
내부마감: + 18,100
선팅제거작업: - 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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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계(최종): 119,350
<비용처리 수정>
*선팅제거작업에 투입될 인부는 현지 여건상 구하지 못해서 직접처리했습니다.
*내부마감(실리콘작업):실리콘 2,300x7=16,100, 실리콘건 2,000 이 추가되었습니다.
*부족한 자재는 영월에 사시는 서용선선생님 친구분께서 후원해주셨습니다.
(각재--정재:1.5x1.5치x3650=27개, 사재:1치각x3650=45개, 1치x2치x3650=4개,
합판--4자x8자x6mm=10장, 싯가 약 200,000원 추정)
*이 먼곳까지 자재와 장비를 옮겨주신 류광운회원님께 감사드립니다.
*칠공사 인건비(300,000원)는 김진순사장님께서 변통해 주셨습니다.
--철암역갤러리는 어느 개인 혹은 단체에 의하거나 그 이익을 위하여 만들어진 공간이 아닙니다. 갤러리가 만들어진 과정에서 보듯이 많은 분들의 작은 힘이 모여 이루어진 것입니다. 몇몇 잘못된 보도내용에 유감입니다
여행 후기
류장복
5차 철암그리기는 임오년 새해를 시작하는 의미있는 여행이었습니다. 의미의 하나는 철암역갤러리의 개관에 따라 보다 활력있는 철암그리기가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는 것이고 다른하나는 가족단위의 들살이 여행지로 철암이 알려졌다는 사실입니다. 철암의 진정한 모습이 더욱 알려짐에 따라 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질 것이고 잦아짐에 따라 지역주민들과 함께 만날 수 있는 기회 또한 많아질 것입니다.
2월16일 14:00 철암역에 도착하자마자 일행은 개막전행사준비에 분주했고 그 와중에도 17:30 오픈 전까지 철암을 그렸다. 행사는 주대관님의 사회로 시작되었다. 류현강 어린이(초등3)의 간단한 한마디가 있었다. " 처음 철암에 왔을때는 온통 시커멓고 해서 시시했는데 오늘 그림들을 보고 다시 철암을 보니까 검정도 재미있는 색깔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어서 영주역장, 철암초등교장, 시의장, 교육장, 생명의 숲 대표, 철암역장 등의 소개와 인사말이 있었고, 이경희 선생님의 할아텍과 철암그리기 소개의 순서가 있었고, 서용선 교수, 류장복의 소개가 있었다. 개막테잎 커팅 후 참석자들과 함께 류장복 작가의 작품설명이 있은 다음 다과와 함께 환담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19:00경 이경희, 서용선, 류장복은 지역의 부녀회원들과 지역주민, 그리고 건축도시팀의 주대관, 전인호, 원기준 목사, 생명의 숲의 홍진표, 태백시청의 배일환 등의 사람들과 저녁식사를 함께하는 자리를 가졌다. 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그 가운데 동장님의 협조로 30여평수의 빈 아파트를 숙소로 제공할 수 있다는 대목과 전시작품관리를 위해 3월부터 공공근로자 파견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배일환님의 말이 가장 기억에 또렷하다. 당장 급한 사안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매우 큰 목소리의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잘 적응이 되지않아 알아듣기가 쉽지 않았다. 나머지 일행은 신토불이에서 식사를 하며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호기심어린 이야기를 재미있게 나누었다 한다.
태백산 민박촌 숙소로 이동 후 2시간 남짓 작품발표와 함께 자기소개가 있은 다음 자연스럽게 음주휴식으로 접어들었다. 술자리는 새벽 3시까지 이어졌다. 새벽산행을 나서는 일행의 조심스러운 발자욱 소리와 그제사 잠든 어떤 일행의 코고는 소리가 교차된다.
이튿날 아침식사를 모두 함께 할 수 있었다. 태백산의 맑은공기 때문이다. 석탄박물관을 방문하여 관람과 더불어 다음 전시일정과 계획에 관해 언제나 넉넉한 미소로 맞아주는 정연순님과 긍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오가 다 되어 일행은 돌구지 작업실로 이동했다. 지난 여행때와 같이 철암의 중국집에서 배달하는 자장면과 짬뽕 등으로 작업대를 식탁삼아 점심을 먹었다. 식사후 광부의 길을 따라 월천동 입구를 지나 철암역사로 집결했다. 광부의 길 도중에 넓은 공터와 폐갱도 앞에서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자연스레 단체사진을 찍었다.
석탄공사 입구에서 선탄장 내부까지 일행의 일부는 견학을 했다. 어느새 안내자가 되어있었다. 갑작스런 바람 때문에 더이상 살펴보지 못하고 일행은 역사로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마찬가지 이유로 그림 그리고 돌아오는 일행과 마주친다. 역무계장 정광호님과 역무원의 따뜻한 전송을 받으며 일행은 상행열차에 바쁘게 올랐다. 빡빡한 일정에 모두들 피곤했음에도 불구하고 열차안에서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가족 나들이 일원들은 저마다 입을 모아 다음 기회를 약속하며 뜻깊고 즐거운 여행이었다고 한마디씩 한다.
이신애
보는 것은 아는 것에 선행한다.
5차 철암 그리기에 참가하고 서울행 새마을 열차에 오르자 즐비하게 빈 좌석이 추위와 바람에 지친 몸을 포근히 받아 주었다. 늘어지기만 하는 소금자루처럼 의자에 몸을 눕히고 아직 어둠이 깔리기전의 창밖을 내다 보았다. 기차는 서서히 선로위를 긋듯이 지나가고 있었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창밖의 어둠이 깔리듯, 잠이 찾아 왔다.
나는 새벽의 어둠을 가르며 청량리역을 향해 가고 있었다.
아들이 뱅기 좌석같다고 한 새마을 호를 타고 철암에 가기로 한 것이다. 참가 인원이 많다고 들었는데 출발지별, 팀별로 나눠어서 생각보다는 조촐한 팀이 출발을 하였다.
4차때 열차바닥에 앉아서 간 관계로 보지 못한 창 밖 풍경을 보려고 일찌감치 차창에 자리잡고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경치를 보았다.
그러나 이른 새벽 겨우 물 한잔을 입에 넣고 온 눈에 비친 산하는 황량했다.
먼 산의 솔빛이 더 푸르니 봄이 오고 있을터인데 철로연변에는 푸른 풀 한 포기 없었다.
풀썩이는 흙먼지,주변의 풍광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새로 지은 건물들....석회가 섞인 휘부연 개천물이 어딘가부터 보이기 시작하고 열차는 철암에 도착했다.전국 어디를 가나 거의 같은 나물에 같은 반찬....여기도 예외일수는 없었는데 청국장에 정성을 들인 찻물이 마음을 적셨다.
저탄장 위에 올라 철암을 바라 보았다. 왜 바람은 항상 위로 치받듯이 부는 것일까? 지난번 추위에 울며 내려간 전철을 다시 밟고 있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용감하게 선탄장 쪽으로 내려가니, 거대한 거인의 등짝 같은 저탄더미에서 장난감같은 크레인이 티스푼으로 물을 뜨듯이 연탄을 퍼서 덤프트럭에 담고있었다. 석탄먼지는 날리고, 마스크를 썼어도 목이 칼칼하게 막혀 왔다. 석탄은 물기를 머금어 주변을 빨아들일듯이 검었고 삽자국은 선명한 생채기처럼 남아 있었다. 석탄색의 다양함을 10센티 남짓한 목탄으로 나타내기에는 역부족이라 그저 그 느낌을 눈속에 간직하고 더듬 더듬 철암역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터질 듯이 사랑스러운 감정도 일단 입밖에 내면 바람 빠진 풍선처럼 납작해 지는 것을 경험했던터이라 뒤를 돌아보고 싶지 않았다.
류장복 선생님의 개인전 준비가 착착 진행되어 개막행사를 서두르고 있었다.
썰렁하고 적당히 촌스러웠던 로비가 사람들로 북적대며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긴~~인사말, 테이프 커팅, 그리고 작품감상, 언론의 인터뷰.....낮 잠을 자다가 깬 암탉 같이 주민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들어와 주인일수도 구경꾼일수도 없는 방관자로써 고개를 조심스럽게 들이밀었다. 탁구장이었던 곳이 어느 날 갑자기 고급스러운 갤러리로 변신한 것을 보는 그 사람들의 느낌은 어떨까? 오락시설조차 변변찮은 이곳에 어울리는 것은 먹을수도 공유할수도 없는 그림이 아니라 간섭하고 직접해 볼수 있는 탁구장일지도 모른다.
어느 날 얼굴조차 끼끗하고 하얀 도시의 화가가 석탄 먼지 날리는 저탄장 위에서 아래로, 추위에 얼고 철암의 바람에 그슬려가며 이제는 자기네들조차 접근하길 꺼리는 곳에 화판을 펼쳐 그림을 그리고 어느 날 전시회를 한다고 하니 ......
그림은 이미 작가의 손을 떠나 독자적인 생명력을 가지고 말을 하기 시작할것이다. 밤이 깊어지자 그림들은 더욱 살아났고 그것은 마치 옛날부터 그곳에 있어 온 것처럼 느껴졌다. 철암을 고향으로 하던 12만의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감히 도와주겠다고 생각을 한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다. 스스로 일어나 , 가야 하는 것이다. 잠을 자야만 꿈도 꾸는 것이다. 긴 잠은 이제 그만 , 굿모닝 철암!
민박촌에 도착해 짐을 풀고 모두 모였다. 현강이의 유치원 동기- 일명 일산팀이 양주를 한병 들고와서 고생을 많이한 (?) 순서대로 술을 마셨다.
오늘의 전시회가 있기까지 겪었던 얘기며, 갤러리를 만드느라고 고생한 한 응전 님의 배아픈 사연도 '산너머 산'으로 풀었다. 서 용선 선생님이 착한 아저씨 답게(?) 앉은채로 잠이 드실 때까지 이어지는 얘기는 끝이 없었다.
몰래 들은 얘기 한 토막. 주제는 건망증. 주인공은 김 모 교수님
1. 차를 운전하고 가야하는데 차 뒷좌석에 타더니 큰소리로 마누라를
부른다. 다급한 목소리로,
'여보, 여보, 큰일 났어. 핸들이 없어 졌어'
2. 술을 한잔하고 음주단속에 걸릴 까봐 맘을 졸이다 걸리지 않고 집
에 까지 무사히 도착해서 너무 좋은 나머지 싸이드브레이크를 올리
는 것도 잊어버리고 내린 다음 초인종을 누르는 사이 차는 개천에 빠져
버렸는데,운전을 하고 온 것조차 기억을 못해,
'여보, 큰일 났어. 차가 없어졌어.'
3, 몇 년 동안 팀을 이뤄 골프를 치던 사람의 얼굴이 낯설게 느껴져 새
삼 정중 하게 인사를 나누었다는 이야기.
다음날 새벽 아이젠 하나만 달랑 챙겨들고 석탄박물관 뒤로 올라갔다.
이깔나무와 물박달나무, 홍송이 시원스레 팔을 벌린 숲을 따라 간 길을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숲은 고요하고 비어 있었다. 잔설은 아직도 바닥에 누워 있고 길은 미끄러웠지만,거대한 빙하 밑의 물처럼 차거운 공기속에서 심호흡을 하고 계속 올라갔다.서울에는 없는 까마귀가 계속 ,정말 책에서 읽은 대로, '까옥 , 까옥, 까르르'하고 울었다.
까마귀는 닭처럼 살이 쪄 있었다.
단군 성전을 한참 지나 올라간 곳에 벼락 맞아 죽어 가는 神木이 있고 치성을 드린 흔적이 있었다. 술 냄새가 났다. 까마귀는 이곳에 집단을 이루고 서식하는 듯 했다. 백단사 쪽에서 오던 등산객이 까마귀가 울때마다, '왜, 왜'하고 대답을 하였다.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불길한 것은 문화의 차이 일 것이다. 일본과 미국에서는 길조라고 한다니까.
용임씨가 연신 "이쁘다"고 감탄할 만큼 산이끼가 살아 있었다.어렸을적에 그 이끼에 침을 뱉어 돌로 갈면 걸쭉한 풀같이 되는데 그것을 손톱에 바르면 엷은 주황색으로 물이 들었다. 산봉숭아를 다시 본 것이다.
산위로 올라갈수록 뒤로 보이는 산이 갈아 앉았다. 이깔나무 사이로 먼 산이 엷은 보라색 배경으로 들어와 멋진 조화를 이루었다. 해는 벌써 떠서 하늘에 붉은 기는 사라져 가고 있지만 아직 산을 넘지는 못하고 있는 듯했다. 정상은 고사하고 등선까지라도 오르려고 애를 썼지만 해는 너무도 빨리 산 위에 금색줄을 두르고 있었다. 물박달 나무는 뽀하게 화장한 여인처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능선을 300미터 앞두고 시간이 없어서 돌아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석탄박물관에 이르러서 뒤돌아보니 해는 어느새 박물관 뒤 산위로 은색의 화살을 쏘아대고 있었다. 은을 녹인듯한 강렬한 색이었다.
산에 올라 떠나온 곳을 뒤돌아 보는 것이 늘 기쁘지만은 않다.
본다는 것의 불확실성을 확신하기에,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라든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의 허구를 늘 생각한다. 부부인줄 알았던 이경희 서용선 선생님은 동기생이셨고, 전혀 부부인 것 같지 않았던 박혜성, 류장복 선생님은 부부이셔서 혼자서 실소를 금치 못한적이 있다. 얼마나 사물을 더 볼수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볼 수 있을 때 마음껏 봐두는 것이 지금 할 일인 것이다.
돌구지 작업실로 갔다. 나무를 주워 가지고 올라가 난로에 넣었다.
연기에 눈이 매웠지만 잠시후 따뜻해지면 이 썰렁하고 정붙일 곳 없는 작업실도 아늑하게 느껴지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에 열심히 나무를 넣었다.
잠시후 연기와 함께 온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눈이 매워서 밖으로 나와 산책을 하자니 비에 눈이 섞여서 오고 있었다. 춥고 비오는 겨울날 집을 놔두고 스케치북 하나 달랑들고 나는 왜 이곳에 있는 것일까?
그림은 마약과 같다. 한번 잡은 붓을 내려 놓을 수가 없는 것이다.
급하게 짜장면을 시켜 먹고, 대단하다는 형용사외에 별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는 이경희씨에 묻어서 철암역으로 내려가고, 나머지 일행은 광부의 길로 갔다.
다리를 건너 마을 입구에 서서 회색 슬레이트 지붕을 그렸다.
단조로운 회색 슬레이트를 어떻게 저렇게 잇대어 놓았는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삶 자체가 설치가 된 것이다. 의식적으로 작품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음에도 .옹기 종기 머리를 맞대고 살던 사람들은 진지하게 한뼘의 공간이라도 더 확보하려고 애를 썼을 것이다.살던 집자리가 독특하다고 말하면 뭐라고 할까?
빗발이 더욱 굵어지고 있었다. 사람의 흔적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골목길을 돌아 역으로 향했다. 스케치를 하러 돌아다니면서 마을 사람들을 만난적이 한번도 없다는 것을 어떻게 해석 해야할까? 이미 마을 전체가 공동이 된 듯 하였다. 사람은 자기가 가진 것으로만 다른 사람을 도울수 있다.
나약해만 보이는 화가의 붓 끝에 신의 가호가 같이 하기를........!
잠에서 깨니 서울에 다 온 듯 싶었다.
깨어 있는 서울에 다시 돌아온 것이다. 택시를 타고 둔촌동 보훈 병원 영안실로 달렸다.
어지러운 석탄 먼지속을 까마귀가 날고 있었다. 사촌 동서는 한 장의 사진으로 화해서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고, 나도 이제는 마음으로만 그녀를 볼수 있을 것이다.보이는 것에 마음이 선행해야 진정으로 볼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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