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암 그리기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입니다.
철암 그리기 여행은 매월 3째주 토요일 청량리 역에서 17:30에 모여 08:00발 무궁화호 편으로 출발합니다.
출발 시간과 장소가 다른 경우 당일 12:30 태백역이나 14:00철암 역에서 합류할 수 있습니다.

  할아텍
  2002. 12 - 제15차 철암그리기
  

2002년 12월 (2002.12.21 - 22)


 여행 일정

2002. 12. 21 - 22(1박2일)

철암그리기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입니다. 철암그리기 여행은 매월 3째주 토요일 청량리 역에서 07:40에 모여 08:00발 무궁화호편으로 출발하여 일요일 철암역 17: 31분발 새마을호편으로 돌아옵니다. 출발시간과 장소가 다를 경우 당일 13:00 철암역 앞 신토불이 식당에서 합류할 수 있습니다.

철암지역은 태백의 고원에 위치하고 있으며, 전혀 낯선 석탄관련시설들과 고원지대의 수려한 풍관이 대비되는 매우 특별한 곳입니다. 선탄장, 팔리지 않아 캐는 대로 쌓여진 석탄더미를 덮고 있는 거대한 비닐산, 80년대에 정지해버린 탄광촌 등 그 속에서 생활의 기운이 감도는 살아있는 풍광을 걷기, 인터뷰, 글쓰기, 그리기, 사진,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담아 내고자 합니다. 이렇게 담겨진 내용들은 한 지역을 새롭게 가꾸어나가는 데에 밑바탕이 될 것입니다.

1.행사
1) 철암역갤러리 철암어린이 그림전 2 : 2002. 12. 21 - 2003. 1. 16
2) 2002. 12. 21 17: 00 - 19: 00 석탄 박물관 전시 개막과 세미나
* 철암그리기영상기록과 철암영상풍경
* 작가 이강우의 작품세계

2.철암답사 코스
1) 돌구지> 광부의 길> 월천동> 신설동과 삼방동 골목
2) 흥복사> 피네골 > 선탄장
3) 선탄장 뒷길따라 남동으로
4) 저탄장 등반

<세부일정>

2002. 12. 21
07: 40 - 청량리 2층 대합실 중앙선 개찰구 앞 집결
08: 00 - 12: 30 청량리역-태백역(하행)
12: 30 - 13: 00 이동
13: 00 - 14: 00 철암어린이 그림전 오픈식 참여와 점심식사(신토불이)
14: 00 - 16: 00 철암그리기1
16: 00 - 16: 30 이동
16: 30 - 17: 00 석탄 박물관 전시 관람
17: 00 - 19: 00 세미나
* 철암그리기영상기록과 임홍 감독님의 철암영상풍경 감상
* 이강우 선생님의 작품세계 발표

19: 30 - 20: 30 저녁식사(그린회관)
20: 30 - 22: 30 자기소개 및 작품발표
22: 30 - 자유토론

2002. 12. 22
08: 00 - 09: 00 아침식사
09: 00 - 12: 00 태백산 등반, 석탄박물관 관람 / 절골 혹은 검룡소 답사(선택)
12: 30 - 14: 00 돌구지 혹은 흥복사
14: 00 - 17: 00 철암 그리기 2
17: 31 - 22: 11 상행 / 21:17 양평경유
22: 15 해산





 참가자

1.박진수 2.류장복 3.서용선 4.장성아 5.김용철
6.이경희 7.김윤아 8.육선영 9.김제민 10.김경수
11.이지원 12.이태란 13.한응전 14.최윤실 15.최선옥
16.배석빈 17.이강우 18.임홍 19.손영선 20.이신애
21.이영주 22.정명희 23윤정례 24.정형욱(차량이동/토13:30상경)





 여행 경비

2002.12.21(토)
211500 청량리-철암행 무궁화호 기차
17000 버스비
69000 점심식사
95000 태백산민박촌
31000 택사
40000주류 등 잡비(저녁프로그램)

2002.12.22(일)
233000 아침+저녁
30000 점심식사-흥복사
304500 철암-청량리 새마을호 기차
60000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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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지출: 1091000
회비: 55000-16명 + 40000-4명 +25000-2명=1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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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차여행 경비
1090000-1091000=-1000
1000원 적자





 여행 후기

이신애

책상은 책상이다.

겨울이 깊어가고 있는데 가야할 곳만 자꾸 생기고 정리가 되지 않았다.
정계 은퇴를 선언하는 한 정객의 눈에서 작은 새의 한숨같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당당하게 한표를 행사하고 그것으로 국민의 의무를 다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그의 눈물은 무언가 잘못한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했다. 얼굴의 주름을 없애기 위해 보톡신 주사를 맞은 사람이 21세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동지가 가까워 새벽이라도 너무 어두웠다. 몸은 걸어가고 있는데 의식은 아직도 자고 있는지 물한잔 생각도 나지 않았다. 청량리역에 도착하고 보니 아무도 나와 있지 않았다. 반쯤 열린 눈거플 밑으로 아는 얼굴이 하나 둘 들어오고 추위 속으로 뛰어내려가 열차를 탔다.

들판에는 하얗게 서리가 내려있고 걸어 다니는 사람조차 드물었다. 이렇게 새벽잠을 설치고 떠나는 것에 익숙해질 때가 되었는데 여전히 철암은 멀리 있었다. 자고 일어나도 기차는 시속 80킬로로 달리고 있었고 나는 몸을 뒤틀면서 나이탓을 했다. 이럴 때는 맘에 드는 사람과 얘기를 하면서 가든지 술을 마셔야 하는데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왼쪽으로 누웠다 바른 쪽으로 누웠다 온갖 포즈를 다 취해도 낯익은 풍경은 보이지 않았다.

곱게 빗어 단정한 뒷머리가 북대기를 이루며 쑤세미처럼 되자 겨우 태백에 도착했다. 무조건 썩 썩 걸어나가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잠시후에 운전사는 놀랍게도 철암그리기 팀인가 물어 보았다. 일행은 머쓱해져서 서로 마주 보았다. 덕분에 철암역앞에 정확히 내릴 수 있었다. 철암역 갤러리에서는 초등생들의 전시회 오픈이 기다리고 있었다. 학생들은 역앞에 나와 일행속에서 오지도 못한 박선생님을 찾고 있었는데 그 분은 왜 오시지 못했는지.....?

십년 이십년후에 이 학생들 중에서 철암을 대표하는 작가가 나오고, 작가가 된 계기를 말할 때 철암그리기팀이 거론되는 상상을 하다보니 배가 고파지기 시작하였다. 모선생님이 물질이 다하는 곳에 정신이 피어난다고 했는데
정신도 물질을 채워야 계속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신토불이에서 식사를 하고 석탄박물관으로 떠났다. 비가 온다는 핑계로 박물관앞에서 차를 내려 회의실로 곧장 올라가 세미나에 참석했다. 온기없는 회의실에서 '녹색의 아베마리아'에 이은 이 강우 선생님의 작품세계를 슬라이드로 보았다. 추위는 무릎위로 눈치없이 파고 들고 잠이 슬그머니 찾아왔는데 설명을 하는 작가는 사정을 어떻게 아셨는지 목소리에 힘이 스윽 빠져 가고 있어서 정신을 차려 슬라이드를 노려 보았다. 송곳처럼 좁게 정점을 향해 치열하게 작업해온 작품세계가 거기 있었다. 그리고 그분의 현재도 이해가 되었다. 앞으로 달려가다 보니 유명해져 있더라는 것이 정답이 아닐까? 아트잡지에서 건성 건성으로 보았던 작품의 주인공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 관심분야 외에는 이렇게 처외삼촌묘 벌초하듯이 하는 것이다.

밖에 오던 비는 어느덧 진눈깨비를 거쳐 눈으로 가고 있었다. 숙소에 모여 작품을 벽에 붙이고 설명을 하고 있는데 회의에 가셨던 이모, 서모, 류모 선생님이 술냄새와 함께 들어오셨다. 그리고 다시 새내기들의 애교어린 소개,각오를 들었다. 인터넷을 보고 오셨다는 세분을 누군가가 다정하게 맞아주고 안내도 해주어야 하는데 그런 것은 젊고 산뜻한 이성이 해야 하는거라고 나름대로 생각을 하고 내버려 두었다. 월요일마다 기숙사에서 열리는 회의겸 모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류모 선생님께 발언의 기회를 주지 않으려는 조짐이 보였다. 빙긋이 웃으며 자꾸 그러면 삐진다고 하시더니 드디어 그린 회관에서 술을 마시던 팀들과 노래방으로 가버리셨다.

새벽 산행을 위해 일찍 올라가 잠을 청했다가 귀잠이 잠시 들어 일어나 앞방문을 열어보니 세분들은 방문에 먼저 간다는 메모만 꽂아놓고 간뒤였다. 밖에는 눈이 쌓여있고 바람이 불고 있었다. 초행길에 ,어려운 세미나에 ,말걸어주는 사람하나 없는 소외감을 안고 그저 떠나간 것이었다. 벽장에는 덮었던 이불이 가지런히 개켜 있고 휴지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방한복판에 털부덕 앉아 산에 오를 준비를 하고 날이 개기를 기다렸다. 휘부움하게 창문이 밝아오기에 계단이 삐걱 거리는 소리에 기죽어하며 밖으로 나갔다. 남자들은 이불도 없이 맨바닥에서 갈치잠을 자고 있었다. 한선생님의 표현을 빌면 뱀처럼 웅크리고 잤다고. 술에 떨어져(?) 먼저 잔 사람은 이불도 요도 다있는거 같던데.......

눈은 사방으로 날라다니다 자석처럼 아무데나 붙었다. 기온은 영하 2도- 이정도면 해가 떠도 雪花가 녹을 염려는 없었다. 석탄박물관 앞 수직갱 난간에 까마귀떼가 앉아 군무를 시작했다. 눈은 까마귀조차 회색으로 만들었고 악,악, 까, 꺄, 깍, 깍하고 울었다. 소용돌이 치듯 날던 까마귀는 여름내 푸르렀던 이깔나무 꼭대기에서 돌맹이처럼 급격히 떨어지고, 종이 처럼 서서히 날아 올랐는데 나봐라 하면서 하늘로 오르는 것 같았다. 낙엽송은 설화가 가득 핀 팔을 들어 겨드랑이 밑으로 인간여자가 지나가게 허락하였다. 그러나 올라간 발자국위로 눈이 계속 덮여 앞서간 사람과의 간격을 짐작할 수 없었다. 문수봉에서 내려오는 한사람을 겨우 산초입에서 보았을 뿐이었다. 산은 조용하고 돌밑으로 흐르는 물소리는 왈츠같이 시원하게 흐르다, 졸졸거리다, 낙수지다가 마침내 조용해졌다. 가파른 산길에 숨소리만 가득찬 것 같아 멈추어서니 기다렸다는 듯이 '퓨우---- 푸ㅡ르르 ' 산새소리가 들렸다. 눈위에 마른 열매가 어지러이 널려있고 길을 벗어난 곳에 산짐승의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이 나있었다. 갑자기 숲과의 일체감은 사라지고 두려움이 느껴졌다. 주머니에 든것이라곤 열쇠 하나와 지갑, 핸드폰이 다인데 만약의 경우 이것으로 자신을 방어할 수 있을까? 이제 30분정도만 더 오르면 문수봉인데 .....멈추어 서서 산위를 보고 뒤를 돌아다보았다. 책상은 책상이다. 눈터널 속으로 내려오는 발걸음을 청설모가 가로 막았다. 아까 산짐승의 발자국이 청설모의 것이었을까? 정말 그렇다 해도 이제는 내려가야할 시간이었다. 박물관앞 주차장근처의 눈이 녹고있었다. 산위의 눈이 상자에서 갓 꺼낸 와이셔츠처럼 희다면 산아래의 눈은 몇번 빨은 셔츠이다.

까마귀의 군무도 끝나고 , 일행은 그린회관에 모여 북어국 해장을 들고 있었다. 무서워서 내려왔다는 대답에 서선생님이 픽하고 웃으시는 것 같았다. 내친김에 검룡소에 가고 싶었는데 길이 나뻐서 석탄박물관에 가서 전시회를 보고 사진을 찍었다. 눈은 어른 속에 잠든 개구쟁이를 깨워 놓았는지 낄낄 거리며 눈을 던지고 발로 차고 하얀 눈을 쓸데없이 밟아보고 있었다.

삼방동 철길 앞에서부터 걸어서 흥복사에 가기로 했다. 사람들은 아이때처럼
팔을 끼고 나란히 걸어갔다. 누군가 길을 막으면 그때처럼 낀팔을 더욱 꽉 끼고 길을 막아볼까? 눈을 맞고 서있는 폐가가 보이자 이선생님이 할아택의 행적을 작품으로 만들 구상을 하였다. 앉으나 서나 작품을 생각하시는 태도에 존경스러울 뿐이었다. 하긴 설치를 하시는 윤모선생님이 몇 년전에 넝마나 쓰레기를 이용해 작업을 하셨는데 그런 작업을 봐왔던 작은 아이가 길바닥에 떨어진 더러운 양말을 보고,"좋은 설치야 " 했다나.

눈내린 경치를 마치 전부다 눈속에 넣어가기라도 할것처럼 구경을 하며 걸어올라갔다. 마침 동지날이라 팥죽이 나왔다. 새알 옹심이 까지 넣어 제대로끊인 죽이었다. 설경으로 병풍을 두르고 먹는 팥죽이라니..... 내년 액땜 막이를 단단히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남동 다방으로 돌아와 스케치도 하지 않고 불만 쬐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리고 서울가는 기차표가 네장 모자란다는 말을 하였다. 그래서 늦게 예약한 나와 누군가가 자정열차로 가야한다고 하였다. 일행은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았다.
1.그냥 기차를 타고 식당칸에서 버틴다. 물론 차액은 내고.
2. 영어를 잘하는 누구와 누구가 honey, 하면서 탄다. 그리고 통과하면 뒤를 돌아보고 ,'영주야 됐어' 해서 들통이 난다.
3.차표를 포개서 개찰을 하고 차표 검사를 하면 멱살을 잡고 싸움을 시작한다.
4.솔직히 얘기하고 협조를 요청한다.
5.강릉으로 가서 버스를 타고간다.
6. 월요일 같은 시간표를 끊고 그 자리에 앉아 착각한것처럼 행세한다.
두시간여를 얘기했으나 결론이 나지 않고 시간은 흘러 역에 나갈 시간이 되었다. 결국은 애궂은 서선생님이 대표로 가서 얘기를 하고 네명이 원주로 가는 것으로 해결 되었다. 그래서 마지막 해결책은,
7. 일이 생기면 무조건 서선생님께 맡긴다.

신토불이에서 싸준 저녁 도시락을 식당칸에서 차한잔을 마신다고 사정을 해서 먹어치우고 늘 그렇듯이 친한 사람들과 얘기꽃을 피웠다. 끼리 끼리란 그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것이다. 그러나 그 '끼리'에 끼지 못한 사람은 새벽에 떠나는 것이 상책일 뿐이다. 책상과 가장 잘 맞는 것은 의자인 것이다. 그러나 항상 책상이 책상인 것은 아니다.



[인쇄하기] 2004-03-21 19:4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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