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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1월 (2002.11.16 - 17)
 여행 일정
2002. 11. 16 - 17(1박2일)
철암그리기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입니다. 철암그리기 여행은 매월 3째주 토요일 청량리 역에서 07:55에 모여 08:25발 무궁화편으로 출발하여 일요일 철암역 17: 31분발 새마을호 무궁화호편으로 돌아옵니다. 출발시간과 장소가 다를 경우 당일 14:00 철암역에서 합류할 수 있습니다.
철암지역은 태백의 고원에 위치하고 있으며, 전혀 낯선 석탄관련시설들과 고원지대의 수려한 풍관이 대비되는 매우 특별한 곳입니다. 선탄장, 팔리지 않아 캐는 대로 쌓여진 석탄더미를 덮고 있는 거대한 비닐산, 80년대에 정지해버린 탄광촌 등 그 속에서 생활의 기운이 감도는 살아있는 풍광을 걷기, 인터뷰, 글쓰기, 그리기, 사진,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담아 내고자 합니다. 이렇게 담겨진 내용들은 한 지역을 새롭게 가꾸어나가는 데에 밑바탕이 될 것입니다.
1.행사 및 교육
1) 철암역갤러리 박진수 개인전 2002. 11. 16 - 11. 19
2) 철암초등어린이조형교실2 : 2002. 11. 16 09:00 - 12:00
3) 벽화그리기2
2.철암답사 코스
1) 돌구지> 광부의 길> 월천동> 신설동과 삼방동 골목
2) 흥복사> 피네골 > 선탄장
3) 선탄장 뒷길따라 남동으로
4) 저탄장 등반
<세부일정>
2002. 11. 16
07: 40 - 청량리 2층 대합실 중앙선 개찰구 앞 집결
08: 00 - 12: 30 청량리역-태백역(하행)
13: 00 - 13: 30 이동 및 점심 (신토불이)
14: 00 - 17: 30 철암그리기
17: 30 - 18: 30 박진수 선생님의 수채화 개인전 오픈
18: 30 - 19: 30 이동 및 저녁 (태백산 민박촌)
19: 30 - 22: 00 자기소개 및 작품발표
22: 00 - 자유토론
2002. 11. 17
07: 30 - 08: 00 아침식사
08: 00 - 12: 00 태백산 등반 및 석탄박물관 관람
12: 00 - 13: 30 돌구지, 흥복사
13: 30 - 17: 00 철암 그리기 2
17: 31 - 22: 11 청량리 행 / 21:17 양평경유
22: 15 해산
참가자
1.박혜성 2.이선주 3.이양임 4.김경수 5.이태란 6.손영선 7.김용철 8.이지원 9.서용선 10.정은화 11.윤정례 12.박진수 13.김영민 14.류장복
여행 후기
2002. 11. 16
08:00 청량리 대합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장성아 선생은 떠나는 사람들을 위해 표를 준비해 줌.
09:00 양평에서 서용선외 1명 탑승.
12:30 태백역에 도착, 시외버스를 타고 철암으로 이동.
13:00 신토불이 식당에 모두 모여 식사함.
이제 막 수업을 끝낸 철암초등학교 교육팀, 전시작품 배열에 열중인 박진수님, 작품철수를 위해 이미 도착해 있던 정은화님과 친구 윤정례님, 처음 참여하는 양평의 두분 등은 식당의 따뜻한 방바닥에 둘러앉아 밥을 기다리고 있다. 일행들은 이제 반복되는 일정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 곧이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처음 인사를 나누고 철암의 계절에 대해 인상을 나누는 등 그렇고 그런 일상의 주변이야기들이 밥상 너머로 퍼져나간다.
신토불이 아주머니는 이제 무얼 먹겠느냐고 묻지도 않았다. 신토불이 아저씨가 병원에 입원했단다. 시장에서 붕어빵을 안주로 소주를 몇병씩 마셨기 때문이라고 정은화 선생님은 비밀스럽게 말해주었다. 식사 도중에 마침 퇴원한 아저씨가 들어 섰다. 어쩨 병원에 입원했느냐고 묻자 투박한 사투리로 '모르겠더래요'라며 시치미를 뗀다.
한창 식사중에 익숙한 차림의 주대관님이 방문 가득 들어선다. 까만 썬글라스가 왠지 슬프게 보인다. 언제나 의기양양한 그가 특유의 모의적인 어투로 속닥인다. 돌구지 합숙소를 알만한 지역민이 구입하게 될 지 모르겠단다. 그렇게 된다면 정말 잘된 일이다. 철암의 미래가 지역을 기반으로 삶을 꾸리는 자들에게 달려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14:00 남동 작업실에 들러 청소하는 서선생님.
17:30 박진수 수채화전 오픈때까지 각자 작업.
이지원님은 석탄공사 정문에서 출입을 제지당했다 한다. 지난 달에 있었던 막장인부 5명이 죽었던 사고의 여파일까? 어쨌던 벌써 몇번째 일이다. 철암그리기 문화활동에 대한 이해를 위해 석공을 정식으로 방문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석공사람과 철암사람들의 이해관계가 반드시 같지는 않겠다.
철암천변 주변에는 집짓기가 한창이다. 철삼교가 보이는 위치에 화구를 폈다. 11월의 산은 겨울의 입김을 내뿜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산은 꿈틀거렸다. 공사판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사람사는 철암을 보여준다. 굳은 몸을 연신 탓하며 손을 놀리는 동안 목탄은 종이위로 계속 부서져 나갔다. 지나가는 한 인부가 그림을 물끄러미 건네다 본다. 쑥스럽기도 해서 "그새 집들이 거의 다 지어졌네요" 라고 한마디 건네자 그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요즈음 집짓기는 개집짓기지..."
17:30 어느새 차려진 오픈음식들이 먹음직스럽다. 홍진표님, 주대관님, kbs 방송부장과 피디 한분과 함께 온 아이들이 철암그리기일행들과 매점의 아저씨를 비롯한 주변사람들에 더해졌다. 골뱅이pc방 김동현님과 석탄박물관의 정연순님도 참석했다. 다소 의례적인 축하의 말과 막걸리 축배에 이어 작가의 작품설명이 이어졌다. 오랜만에(?) 주민들의 미적 취향과 욕구에 부응하는 그림들이었다. 사실적으로 잘 다듬어진 풍경들은 경쾌한 수채의 맑은 색감에 촉촉히 젖어 있었다. 작가 또한 작품과정에서 주민들의 미감을 고려했다 한다. 전시장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닌다. 주대관님은 그 아이들을 의식해서인지 담배피는 것을 못내 못마땅해 한다. 하지만 그런 그를 우스꽝스럽게밖에는 달리 이해할 방도가 없다.
18:30 민박촌으로 이동
20:00 자기소개와 작품발표가 진행되었다. 철암을 포착하는 구도가 저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점이 새삼스럽다. 사진하는 김경수님은 거의 종일 차를 몰아 드디어 합류했다. 그는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아침 일찍 왔던 길을 되밟아가야 한단다. 철암의 무엇이 그를 무리하게 했을까. 04:00에 이르러서야 모두 자리에 들었다.
2002. 11. 17
08:00 - 09:00 아침식사
09:30 - 12:00 검룡소 답사
일요일 태백산 민박촌을 떠나 40분여를 달려 검룡소에 다다랐다. 도중에 피재 고개마루에서 멀리 보이는 풍경은 백두대간 태백의 전형적인 모습이였다. 산가슭으로부터 검룡소까지는 1.4 km라 한다. 희끗희끗 눈들이 길가에 푸슬푸슬 쌓여 있었다. 숲속으로 난 길을 걷는동안 자연의 싱그러움은 더해갔고 그럴수록 머리속에서 뱃속까지, 뼈속까지 맑아지는 것 같았다. 작년 11월 이맘때 절골의 인적드문 오솔길을 걸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검룡소는 한강물의 시작점이라 한다.
12:00 - 13:00 흥복사에서 점심공양함
공양후 피내골을 따라 내려오자 갑자기 날씨가 돌변하여 세찬 바람과 함께 진눈개비를 뿌렸다. 미친년놈 치마바지자락 날리듯이 눈발의 방향이 수시로 바뀌었다. 지난 겨울과 흡사한 날씨다. 싸한 공기는 폐부 깊숙히 파고들어 기억의 심연에서 미세한 물보라를 일으킨다. 철암의 살내음이다.
13:00 - 17:00 각자 작업
이태란님은 자동차로 일행들을 이리저리 실어 나르느라 부산하다. 흥복사에서 철암역으로, 노인정으로, 철암초등학교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정은화님과 딱한잔집 할머니와의 끈끈한 인연과 이태란님의 자동차에 노인정 회장 할아버지를 태우게 된 우연 등이 모아져, 일단의 일행들은 구문소동에 자리한 노인정을 방문하여 할아버지들을 모델로 인물화를 그리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왜 여태 갤러리의 작품 중에 '노인정'이 등장하지 않느냐고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국회의원같은 높은 분이 보아도 좋을만한 그림을 새로 이사할 노인정에 걸어놓자고 으름장을 놓둣이 제안했다 한다. 이렇게 소통의 물꼬가 트여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철암사람들이 하나 둘 그림에 등장하기 시작한다는 것은 철암그리기를 돌이켜보건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바람이 잦아 들자 나는 화구를 챙겨 삼방동 쪽으로 향했다. 철삼교를 지나 가파른 삼방동 계단을 올라가며 이리저리 둘러 보던 중에 언젠가 보았음직한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폭풍의 언덕을 연상시키는 그런 장면이였다. 기억을 더듬어 찾아보니 지난 12차 9월 철암그리기 게시번호 1263의 '고개'라는 이경희 선생님의 사진이 있었다. 풍광은 거칠게 날리는 눈발로 인해 마치 격정적인 어떤 사건을 예고하거나 사건 직후의 황량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강렬한 인상은 그리는 속도를 배가시켰다. 눈가루는 내려앉아 녹으며 자연스레 눈의 흔적을 만들어 주었다. 한참만에 호흡을 가다듬으니 손목이 시큰거린다.
17:31 - 상행
책을 읽기도 하고,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코 골며 자기도 하는 사이 밤열차는 차가운 밤공기를 가르며 칠흙같은 어둠속을 미끄러져 갔다. 후원인의 밤 개최하기, 백서 만들기, 광장 만들기 등등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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