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
  백서 발간사
  

2016년 할아텍백서 발간사입니다. 이번달에 진행한  삼방동에 할아텍공간을 만드는 일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발간사

 

할아텍이 작가들이 처음 철암그리기를 시작한 날은 20011019일이다. 꽉 찬 16, 햇수로는 17년째 다양한 작가들이 함께 모여 일을 하고 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참 어마어마한 시간이다. 그새 많은 작가들이 오갔지만 첫발을 디뎠던 행보 또한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오랜 기간 다양한 작가들이 주축이 되어 직접 시스템을 만들어 가며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은 미술사에 있어서도 지극히 드문 일이다. 개인적일 수밖에 없는 작가의 창작활동이 작가와 작가, 작가와 지역 간의 공적 영역으로 확장되어가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행정학 전공의 김경은은 <조형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의 공공성 연구>에서 할아텍이 지속적으로 지역사회와의 접촉을 도모하였다는 점, 그리고 조형활동의 근거지를 철암에서 외부로 확장해가는 시도를 통해 지역과 미술 간의 관계성 담론을 양산하였다는 점을 지적하며 철암그리기를 통해 할아텍이 미술의 공공성을 실천하였다고 주장한다. 할아텍 작가들이 의식적으로 미술과 공공성 구현에 의미를 두고 활동하였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자신만의 스튜디오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동료작가와 지역, 주변 환경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작품활동을 기획하고 진행한다는 일이 그에 가깝다고 본다.

 

올해도 할아텍은 목포, 양평, 강릉, 태백, 서울 등 다양한 지역에서 전시를 가졌다. <2016년 목포진경프로젝트-유달산에서 꿈꾸다>, 양평 류미재 갤러리의 <안평의 시대 _ 두 번째>, 서울 겸재정선미술관의 <겸재 정선과 양천팔경 재해석_할아텍 전>, 강원지역작가 교류전이자 강릉제비리미술협회, 철암지역작가 초대전인 <할아텍, 제비리를 만나다> 등 지역과 연계한 전시를 기획하였다. 올해 201612월에는 강원창조경제센터의 지원을 받아 철암 삼방동에 집을 보수하고 있다. 그간 철암에서 일시적으로 장소를 임대하거나 주민의 배려로 공간을 사용한 적은 여러 차례 있지만 장기간 집을 임대해서 본격적으로 공간을 기획하고 보수하는 일은 처음 있는 일이다. 주민과 교류하며 창작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할아텍의 작가들이 직접 공사를 하고 있다. 공동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벽을 헐어내고 석고보드를 붙이고 창문을 만들어 끼웠다. 삼방동에 사는 주민 김00씨도 함께 일을 거들고, 앞집의 아주머니는 추운데 일하는 작가들이 안쓰럽다며 하루에도 몇 차례 씩 잣이 듬뿍 담긴 달콤한 커피를 나른다.

 

철암의 환경은 최근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동백산역을 지나 철암역으로 방향을 틀어 처음 마주치게 되는 저탄장의 거대한 녹색 비닐천도 이제는 십분의 일정도로 규모가 줄었고 주민 수도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 철암 천변에 늘어서있던 까치발 건물들을 철거하고 부분적으로 남겨 철암역사촌을 2014년 건립한 것도 그 중 하나이다. 철암역사촌의 뒷 사면, 역 맞은편 경사가 급한 협곡의 골짜기에 달라붙듯 세워진 집들, 반 이상이 폐가가 되어가고 있는 마을이 삼방동이다. 석탄 산업이 한창인 6,70년대 600가구 5000명 정도가 거주하였다고 하는데 현재 46가구 87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30년 이상 거주자도 65%정도에 육박하는 오래된 마을이다. 할아텍 작가들이 작업하고 있는 집은 삼방12-21, 지금은 요양원에 있는 박복희님이 혼자 거주하던 곳이다. 20평 남짓의 집에 방 둘, 부엌, 좁은 욕실이 긴 복도로 연결되어있다. 벽에 등을 기대고 긴 복도에 앉으면 나란히 나있는 폭이 좁은 직사각형 창으로 역두선탄시설과 철암역이 한 눈에 들어온다. 공사를 하면서 만나는 주민들은 다정한 이웃처럼 격려를 보내주고, 앞집 아주머니는 마을의 고난했던 삶의 진한 굴곡들을 재미있게 풀어 들려준다. 70년대에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모습의 가옥들이 좁고 가파른 골목길들로 연결되어있는 삼방동은 2015년 국토부가 주관하는 도시재생사업인 새뜰마을사업의 대상지로 선정되어 있다. 이 새뜰마을사업의 일환으로 꾸불꾸불한 골목길을 가로질러 직선으로 마을을 가로지르는 소방도로가 새로 생겼다. 소방도로의 끝에 전망대가 세워질 것이라고 하는데, 전망대 부지 바로 오른편 아래쪽이 할아텍이 공사중인 집이다.


이렇게 오랜기간 동안 내려오면서 할아텍에서는 철암에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 지난 1119일 삼방동에 주택을 구하면서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는 자리- 삼방동 경로당에서 통장님에게 받은 질문이다. 나는 그간 할아텍에서 철암역에 전시공간을 만들고 전시를 지속해왔다는 것, 철암 역 벽화를 제작했고 철암어린이교실이나 철암 교육공동체와 문화예술학교 등을 운영하면서 지역 미술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는 것, 그리고 길거리 특강이나 태백지역 환경 심포지움, 패널토론, 광산문화의 현재와 미래, 철암그리기 라운드테이블 같은 지역 환경에 관한 연구와 발표를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다는 것을 주섬주섬 답했다. 그리고 참여한 작가 작품들이 철암의 장소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 까지. 2001년부터 매달 진행되었던 철암그리기는 20111100회 방문을 기점으로 두 달에 한번으로 방문회수를 조절했고 지난달 11140번째 방문을 끝냈으니 참여했던 작가들의 유형무형의 사유와 작업들이 쌓여있을 터였다. 그러나 도대체 무엇 때문에 먼 길을 그렇게 오랜 기간 이곳에 오고 있는 것일까? 여기서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설치작품을 하고 전시공간을 만들고 하는 일들이 이 장소나 주민 그리고 작가들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일까?

 

어쩌면 이 질문자체가 우리에게 끊임없이 주어져서 매순간 새롭게 되어야하는 중요한 명제인지 모른다. 철암의 현실은 단지 지역에 국한되어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근현대 탄광촌의 역사적 삶의 흔적을 상채기처럼 강하게 간직하고 있는 철암은 같은 시대를 살아온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각인되어있는 공동의 장소이기도 하다. “인간답다는 것은 의미있는 장소로 가득찬 세상에 산다는 것이다 는 현상학적 장소론자 에드워드 랄프의 말과 같이 장소는 실존적으로 의미와 사건이 맞닿아 있는 공간이다. 할아텍 작가들은 그곳에 있음으로 만남과 작품활동을 통해 서로의 경험과 삶이 나누어지는 존재의 근원적 장소로 철암의 모습을 기록해가고 있는 것이고 그것은 앞으로도 진행형일 것이다.

 

이제 삼방12-21에 주민과 함께하는 거처를 마련한다는 것은 철암그리기가 외지인의 생활을 접고 철암에 둥지를 튼 것과도 같다는 생각을 한다. 집에 이사하기 전 수리를 하듯이 할아텍 작가들은 싱크대를 보수하고 타일을 붙이고 벽을 칠하고 선반과 책꽂이를 만들었다. 그동안 참여한 모든 작가들의 시간이 구체적인 형태를 가지고 철암의 장소에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은 공간이 신명나는 삶의 나눔과 만남의 장소로 거듭나고 할아텍의 여러 다른 활동에도 좋은 기폭제가 되기를 바란다.

2016.12 31

 

이경희(할아텍작가, 고려사이버대 창의공학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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