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원
  136차 철암그리기 후기
  

2016. 3. 19 아침 7시 반, 전날 꾸려둔 짐을 들고 차에 올랐다. 20056월에 마지막으로 철암을 다녀왔으니 정확히 10년하고도 9개월만의 철암여행이다. 뭘 가져가야 할지 몰라 일단 카메라와 그리기 도구 등을 다 가져가기로 했다. 네비게이션에 종미언니와 만나기로 한 태백역을 목적지로 찍고 운전을 시작했다. 철암을 운전해서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10여 년 전 새벽같이 청량리역으로 가서 모두 같이 8시쯤 출발하는 기차를 탔던 기억이 떠오른다. 철암그리기 여행 일정표를 프린트해서 청량리역에 가면 이미 장성아 선생님이 기다리고 계시고 10여명이 모여 기차를 타고 가다 양평역에서 서용선 선생님을 맞이하고 누군가 싸온 간식들을 먹으며 가던 그런 기억들이다. 경기도를 벗어나자 안개가 짙게 끼어 있었다. 영화에서 안개를 뜷고 가다보면 다른 시공간에 도착하는 그런 장면이 연상되어 이 자욱한 안개 속을 지나 철암에 도착하면 10년 전에 똑같은 철암이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11시쯤 되자 태백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였다. 종미언니를 만나 둘이서 먼저 점심을 먹었다. 언니는 5시간이나 되는 버스시간에 상당히 지쳐보였지만 우리는 점심을 먹으며 쉴 새 없이 수다를 떨었다. 대화의 주제는 90프로가 자녀교육이었다. 대화내용의 변화만큼 긴 시간의 공백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일주일전에 헤어진 사람처럼 금방 수다의 삼매경에 빠져든 것은 같이 했던 시간의 무게 때문일 것이다. 오래 전에 같이 했던 시간들이 세월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그 무게를 더해가 나에게 대체 할 수 없는 중량을 가진 사람들이 된다.

점심 후 철암까지 운전하면서 얼핏 본 철암 풍경은 별로 변한 것이 없어보였다. 철암역에 도착하니 철암역 갤러리가 편의점과 커피전문점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일찍 도착하신 정현영 선생님과 인사하고 철암역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많은 것이 없어져 있었다. 선탄장의 초록 비닐이 많이 줄어들어 있었고 철암역 앞의 작은 상가들과 시장이 깨끗한 도로와 공터가 되어있었다. 그래도 가게가 조금은 남아있구나 하며 둘러봤던 까치발 건물에서 충격을 받았다. 겉모습은 그대로인데 내부는 철암 탄광 역사촌으로 바뀌어 깨끗하게 페인트칠이 된 채 여러 전시들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10년 전에는 생명력을 잃어가기는 해도 그래도 살아있었는데 이제는 박제가 된 동물을 보는 기분이었다. 반가운 이경희 선생님, 박명혜 선생님, 최인호 선생님, 최종보 선생님을 철암역에서 뵙고 종미언니와 나는 삼방동을 좀 더 둘러보았다. 삼방동 역시 빈집이 많이 늘어있었다. 10년간 변한 것이 별로 없으리란 기대는 빗나간 예측이었다.

이후 한보탄광으로 향했다. 한보탄광은 철암에서 처음 가는 장소였는데 웅장한 골조, 거대한 공간감, 미세한 변화가 보이는 시멘트 색채, 황량함 등 그 자체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었다. 광각카메라를 가져온 스스로를 칭찬하며 여기저기 사진을 찍었다. 이른 봄인데도 폐허 속에서 풀들이 돋아나고 꽃망울인듯한 회색솜털 돋은 식물들도 여기저기 보였다. 서용선 선생님을 비롯한 다른 선생님들께서도 모두 한보탄광으로 오셔서 작업에 몰두하시기 시작하셨다. 나도 건물 한구석에 앉아 스케치를 시작했다.

저녁은 오투정에서 고기와 냉면, 된장찌개 등을 맛있게 먹고 삼방동 취약지구 생활 개조사업과 관련하여 총괄 코디네이터를 맡고 계신 분께서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과 할아텍에 도움을 요청하시는 부분에 대하여 설명을 듣는 시간이 있었다.

숙소는 태백고원자연 휴양림으로 간단히 맥주와 과자를 두고 올해의 전시일정과 서로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다. 예전처럼 벽에 그날의 스케치를 붙여두고 작품 발표하는 시간은 없었지만 화기애애한 시간은 다르지 않았다. 10시가 넘자 서울로 올라가실 분들과 태백으로 나가실 분들이 가시고 서용선 선생님, 정현영 선생님, 임동승 선생님, 종미언니 그리고 대학생 2명과 1시까지 대화를 더 나누었다. 10년 전에는 이런 대화들이 소중한 걸 몰랐는데 학교를 졸업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고나니 이제는 지나는 시간들을 붙잡고 싶을 만큼 아까운 기회이자 다시 오기 힘든 순간들임을 알게 되는 것 같다.

주말에도 출근하는 남편대신 아이들을 챙기기 위해 다음날 오전7시쯤 되어 다시 철암을 출발하였다. 다음날 일정을 함께하지 못해 반쪽자리 후기가 될 것 같다. 오는 길도 자욱이 낀 안개를 뚫고 서울로 돌아왔다.

[인쇄하기] 2016-03-23 20:57:55 / 218.50.187.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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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미 장성아선생님....강제로 작품내게하고 오프닝 오시면 그제서야 뵐른지.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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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미 우리들 자녀교육 얘긴 특급비밀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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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아 지원씨, 넘 반가워~~~ 그래도 그대들은 철암도 가고.. 부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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