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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몽유도원도를 찾아서].김경임 저 p.206-207 에서 발췌
비해당을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아름다운 정원이었다. 1만여 권의 책과 고금의 명화로 비해당을 채웠듯이 안평대군은 공력을 들여 비해당 정원을 조성했다. 수성궁 넓은 후원에 자리한 비해당 정원에는 여러 개의 인공 토산과 연못이 조성됐고 갖가지 기화요초(琪花瑤草)와 작고 예쁜 짐승들이 곳곳에 깃들었다. 이 아름다운 정원은 안평대군의 몰락과 함께 파괴됐겠지만, 집현전 학자 열 명이 비해당 정원의 마흔여덟가지 경관을 노래한 480수의 대연작시 [비해당사십팔영]을 통해 그 모습이 약간이나마 전해진다.
주제 하나하나가 한 편의 시이며 한 폭의 그림이었던 비해당 48경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매화 핀 창가에 비친달 梅窓素月, 대숲 길의 맑은 바람 竹徑淸風, 일본 철쭉 꽃日本躑躅, 해남의 낭간석 海南琅玕, 섬돌을 가득 덮은 작약 翻階芍藥, 시렁 가득 핀 장미 滿架薔薇, 눈 속의 동백꽃 雪中冬白, 봄 지나 피어난 모란 春後牧丹, 지붕 위의 배꽃 屋角梨花, 담장 머리의 붉은 살구꽃 墻頭紅杏, 졸음깊은 해당화 熟睡海棠, 반개한 산다화 半開山茶, 한 아름 피어난 배롱나무 爛熳紫薇, 가벼이 활짝 핀 매화꽃 輕盈玉梅, 근심을 잊게 하는 망우초 忘憂萱草(원추리), 해를 향하는 해바라기 向日葵花, 문 앞의 수양버들 門前楊柳, 창밖의 파초 窓外芭蕉, 안개 덮인 비취색 회나무 籠烟翠檜, 햇살 받은 단풍나무 暎日丹楓, 서리 속에 핀 국화꽃 凌霜菊, 눈 속의 고고한 난초 傲雪蘭, 만년 푸른 소나무 萬年松, 사계화 四季花, 백일홍 百日紅, 삼색 복숭아꽃 三色桃, 금잔화 金錢花, 옥잠화 玉簪花, 서리를 거부하는 부용화 拒霜花, 영산홍 暎山紅, 오동잎 梧桐葉, 치자꽃 梔子花, 이끼 덮인 괴석 苔封怪石, 넝쿨에 덮인 노송 藤蔓老松, 가을을 자랑하는 홍시 矜秋紅柿, 이슬 맞은 황색 등나무 浥露黃橙, 촉 땅의 포도 蜀葡萄, 안식국의 석류 安石榴, 작은 못 속의 연꽃 盆池菡萏, 가산의 아지랑이 假山烟風, 유리석 琉璃石, 조개로 만든 화분 琚盆, 학이 우는 뜰의 소나무 鶴唳庭松, 사슴이 잠자는 풀밭 麝眠園草, 물 위에 뜬 금계 水上錦鷄, 새장 안의 꽃비둘기 籠中華鴿, 남산의 맑은 구름 木覓晴雲, 인왕사의 저녁 종소리 仁王暮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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