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량
  철암그리기 백번째
  

지난저녁 '미술과 비평' 시무식에 불려나가 늦게까지 걸친 막걸리 안채기가 채 가시지 않은 텁텁한 입을 하고서 늦은 아침(?) 철암으로 향했다.
작년 말 한껏 들떠있던 화려한 불빛도, 새해아침 백년만의 눈빛 유혹도 애써 외면 한 채 방콕에 자적 해 온지 거의 두 달 만에 작업실 문밖을 나선 듯하다.
실로 오랬만의 발걸음에 행여 가식적인 면피성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염려하면서도 그간 영육간 피곤함을 핑계로 게을리 해 온 것에 대한 자성이 더 컸으리라…….

철암그리기, 백 번째-
주지하는바, 철암그리기는 2001년 조형예술가 서용선, 이경희, 류장복 선생에 의해 수평적 협력체제의 문화 활동 단체로 발아 되었으며 이후 할아텍의 주요 텍스트로써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인데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을 한숨에 내달아 가히 지치고 곤할 터, 오히려 더한 신선함과 깊이로 한결같이 위치 짓고 있으니 뒤늦은 세대로서 새삼 선구적 족적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태백문화원에서의 100회 기념파티 겸 세미나는 지난 10년을 반추 해 볼 수 있었던 뜻 깊은 자리였고 그간 철암그리기를 통해서 얻은 환경과 예술의 의미를 환기 시키고 앞으로 나아갈 자세를 다스릴 수 있도록 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 어느 때 보다도 세련(스타일리스트 뺨치는 큐브팀들 덕분~)되고 먹거리도 푸짐한 자리였다. 오랜만에 대하는 보고싶던 얼굴들, 보고 싶었지만 사정상 참석하지 못해 더 그리운 얼굴들, 처음부터 오랜시간 물심양면 도와주신 고마운 얼굴들, 새로운 얼굴들……. 덕분에 해장을 건너 뛰고 바로 반술상태, 자리를 옮겨 정말 맛있었던 육개장에 밥 말아서 한 잔, 숙소에서 주저리 주저리 새벽 네시까지 한 잔, 아침엔 그냥 죽여주는 황태해장국에 한 잔, 점심엔 술술 넘어가는 뽀얀 순두부와 한 잔, 그래도 가장 찐한 건 달콤 쌉싸름한 백번째 추억 한 잔.
세월이 흐를수록 아름다운 것들이 더 많이 눈에 들어오고 그것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분명……. 먼저 앞서간 누구 누구도, 오늘 남아서 함께한 우리들도 언제나 그러했듯 소중한 추억을 덧입혀 가겠지.

앞으로는 매달 이어오던 철암그리기가 2개월에 한번으로 축소되고 일정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데 먼저 5월에 100회 기념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으니 그간 할아텍 운영에 별반 도움을 주지 못해서 미안하기 그지없었던 나로서는 당연 진심어린 축하와 더불어 미력이나마 보태야 할 호기로 삼아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당장 목전에 둔 전시회 준비 정황과 전시장소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누던 중 ‘(구)함태광업소’에 관한 다소 우려 섞인 목소리들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것은 ‘큐브’에서 희망하는 청소 등(새벽까지 씨부렁 대느라 다들 잠 못자게 한 자신을 반성함)의 문제 이 전에 철암그리기 100회 기념전의 본의에 반하는 문제점들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 시간을 갖지 못했다는 게 못내 아쉽기만 하였다.
몇 번이고 힘주어 차질 없는 오픈을 확신하고 약속하는 김 대표를 대하면서 재론의 여지가 없어 보이고 고군분투, 추진 의지가 엿보여 고맙고 기대가 앞서기도 하지만 한편, 드러내 놓지 못하고 염려스러워하는 문제(큰 틀에서의 잘못된 인식이 100회기념전에 영향을 미쳐 할아텍의 입지가 모호 해 지지나 않을까 하는)들에 대해선 전시 일정상 할아텍운영위원회에서 빠른 시일 내에 정리 하는 게 좋을 듯하다. 물론, 전시회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핵심을 바로 잡자 함도 아니고 그럴만한 능력도 갖추지 못한 나로서는 다만 철암그리기의 실사가 동시에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하는 기우에서 제안 해보는 것이다.

(구)함태광업소 자체는 공공 전시장소로서의 요건을 위한 몇 가지 문제들(안전진단 등)의 해결을 전제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장소임은 누구나 공감하는 주지의 사실이며 전시공간의 특성상 몇몇 작가 작업의 실효성에 분명 크게 작용 할 것으로 기대 해 본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향후 할아텍의 활동이 멈추지 않는 한 그 연속성은 당연한 것이 될 것이며 그것은 당장의 가시적 성과를 위한 서두름에 앞서 보다 근본적인 이해의 시선이 필요 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물론 일을 진행함에 있어 서로의 생각을 이해함이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이미 류의 카테고리 안에서 오랜 시간을 같이 해 온 터라 다행히 별 문제없이 전시오픈이 순조롭게 진행되어져서 그간의 동행보에 보상이 되고 향후 유대 관계 유지에도 실익이 되었으면 바라는 맘이다.

100회 기념전은 지난 10년간의 족적들을 포괄하는 ‘History of Cheoram’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선 그 중심에 무엇을 놓고 점을 찍고 가야 마땅할까…….
내가 작가로서 철암그리기에서 얻은 소중한 하나는 목적이 아니라 ‘작업에 임하는 태도’이다.

[인쇄하기] 2010-01-20 11: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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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량 김효원선생님! 사진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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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원 이태량 선생님, 사진 얼른 보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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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예 오셨었군요. 글 잘 읽었습니다. 다음에 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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