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정은
  100회 철암그리기를 다녀오며..
  

100회 철암그리기에 대한 기대감으로 급하게 내려온 탓인지 아침에 일어나보니 지갑이 없었다. 불안한 마음에 지갑이 작업실에 두고 온 것 같아 작업실에 들러서 확인 후 혼자 내려오게 되었다.

작업실 가는 길은 한강을 따라 강변북로를 따라 올라가는 길.
매일 가는 길이지만 난 항상 그 길에서 시각적 즐거움과 큰 감동?을 느꼈다. 조악하게 만들어진 도시의 경관은 국소적으로는 큰 기쁨을 줄지 모르지만 항상 답답했고 그런 답답함은 한강길을 따라 운전할 때 해소되었다. 좋아하는 다리 중 하나인 성산대교를 보며 '와~ 진짜 예술이다'라며 그것에 매료되었고, 다리를 둘러싼 하늘의 다양한 대기와 주변의 물(한강)은 다리를 보조하는 큰 배경처럼 느껴졌다. 멋진 스펙터클이지만 자연은 항상 주변적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즐거움도 잠시, 규정 속도에 따라 달리다 보니 작업실에 도착했고 다행이 지갑은 잠바 주머니 속에 있었다. 안심하고 이제 정말 100회 철암 그리기를 향해 달려갔다.

내가 있는 작업실 근처는 강벽북로의 멋진 도시의 모습을 전혀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주변에 산과 물이 있고, 어찌보면 태백시보다 도시의 느낌이 들지 않는 산골이다. 그러나 수도권, 서울과 가까이 있어 20분만 가면 도시가 나온다. 어쩌면 이것도 핑계겠지만 나는 그곳의 자연을 느낄 자세가 부족했던 것 같다.

핑계를 대자면, 주변의 자연보다는 멀리 떨어져 있는 태백이 나에겐 자연이었기에 다른 곳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도 같다. 2006년 여름 구와우 그리기를 통해 처음 참가했던 그 때, 4밖5일이었던가? 나는 그 때 자연 속에 갇혀 큰 충격을 받았다.

도시생활에 젖어 있었는지 자연 한 가운데에서 내가 사람으로서 그리고 작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 그저 나는 자연이 무서웠다. 아무 해도 끼치지 않았지만 나는 광활한 자연이 산이 무서웠다. 인터넷은 물론이요, 주변엔 건물이 할아텍 외에 없었고, 그런 경험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티비에서나 보이던 세계가 내 눈 앞에 펼쳐졌다. 손바닥 만한 눈이 뻘겋고, 몸둥이는 하얗고 나비로 착각할 만한 화려움을 가진 무시무시한 나방, 독사, 그리고 벌레들, 어두운 자연의 밤, 장마 그리고 시설이 아주 불변했던 화장실^^ 어떤 것도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없었다. 화장실 가기 싫어서 구와우에서는 잘 먹지 않았다. 밤에는 혼자 나가지도 못하고, 낮에 나가면 가끔 해가 비치면서 아름다웠는데 난 그곳에서 무엇을 그려야 할지, 무엇을 생각해야 할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것이 내가 처음 느낀 자연이었다.

내가 자연에서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니구나, 그리고 나는 철저한 스튜디오(작업실) 작가구나 하며 도시와 자연의 괴리감을 몸소 체험했다고나 할까? 그런 강한 경험 때문인지 나는 이후에도 1년에 2~3번 철암그리기에 가게 되었다.

철암 그리기는 나에게 태초의 자연을 맛보게 하는 그런 시간이었다. 도시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은근히 사랑하며 우월하다 생각하던 나를 다시 겸손함게 하고 앞으로 가야할 방향과 이상을 제시하는 곳으로 앞으로 나란 사람에게 큰 영향을 미칠 장소라고...


철암과 태백이 있는 강원도는 역사적, 사회적으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땅이며, 태초의 자연이 잘 보존된 곳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으로 오는 것 같다. 좀 엉뚱한 반응일 수도 있지만 집에 돌아와서 성경을 찾아보고 싶었다. 창세기 1장에 신은 자신이 만든 세상을 보고 '보시기에 좋았더라'라는 말을 무려 7번이나 했다. 아마도 철암과 태백을 둘러싼 자연환경을 보면 신의 말에 백 번 공감할 것이다.

물론 현재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와 철암,태백이라는 도시의 환경과 배경,역사가 너무 달라 나에게 괴리감을 느끼게 하지만, 시기적으로 뭔가 과도기적 상황이라 생각하고 즐기려 한다.
오늘 이곳에 그동안의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다 내려놓을 수는 없지만 나의 즐거운 방황은 내 작업에도 새로운 장을 만들 수 있는 초석이 되고 있는 것 같아서 기쁘다.

그 즐거운 방황은 나만은 것일까?

아무튼 '철암그리기'를 통해 많은 것을 나눠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어 장황하게 적어본다.
[인쇄하기] 2010-01-17 23: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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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정은 ㅋㅋ 다시 읽어 보니 오타 많아요...강벽북로..쵝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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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예 정은씨 함께 하지 못해 미안 ~ 잘 다녀와 너무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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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원 이이정은 선생님, 부지런쟁이! 반가웠어요. 또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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