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임
  펌-탄광촌과 도시, 일상 속에 스민 자연-류장복
  


류장복展 / RYUJANGBOK / 柳張馥 / painting

2008_0501 ▶ 2008_0520






류장복_2003-03-18 저탄장_종이에 목탄_56×76cm_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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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8_0508_목요일_02:00pm



갤러리아트다 오픈기념전

작가와의 대화__2008_0508_목요일_02:00pm~05:00pm

관람시간_11:00am ~ 07:00pm




갤러리 아트다_gallery artda

서울 종로구 효자동 40-1번지

Tel. +82.2.722.6405

www.artda.co.kr




강원도 골짜기의 탄광촌 철암은 내륙의 항구다. 광맥을 찾아 지하세계를 유령처럼 떠도는 광부들의 고단한 삶이 녹아있다. 한 때 지나가던 개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녔다고 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지만 올림픽이 개최되던 1988년을 기점으로 석탄산업은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주요 에너지가 석유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다. 철암은 자연의 시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도시의 휘황한 불빛 너머로 철암은 여전히 까맣고 이방인의 마음 한 구석에 구겨져 있던 부채의식이 되살아났다. 철암은 서울 변두리의 한 동네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했다. 잃어버린 유년시절의 기억을 되찾은 양 반가움에 눈물이라도 쏟을 지경이었다. 서울은 거미줄 같은 골목길과 비탈의 판잣집들과 푹신한 비포장도로를 내어 주고 성냥갑 같은 유리도시로 탈바꿈한지 오래다. 무분별한 개발논리로 야기되는 정신적 사회비용이 개발이익을 넘어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한 학자는 보고했다. 과거의 고유한 기억을 지속적으로 향수할 수 있을 때 삶은 진정으로 풍성해지지 않을까.






류장복_2005-05-26 열병합발전소_종이에 압축목탄_56×76cm_2005



작열하는 오후의 태양 아래 철암과 마주했다. 눈앞의 대상이 나를 보았다. 나를 그를 마중하려 하지만 목탄을 긋는 순간 그는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갔다. 내치는 손끝에서 목탄알갱이가 부서져 나뒹굴었다. 뭍에 나온 잉어처럼 펄떡이는 팔뚝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까만 목탄과 흰 종이가 빛과 그늘로 바뀌어 갔다. 생멸의 사이에서 아무런 매개 없이 사물이 감각하는 사물의 세상이 펼쳐졌다. 최초의 자유가 거기 있다면 그것은 선택의 자유가 아니라 시작의 자유다. 철암그림은 철암이다. 천혜의 자연에 둘러싸여 쇠잔한 숨을 몰아쉬는 철암과의 교신이며, 한 화가의 육신으로 지어내는 회화적 기록이요 표현이다. 거대한 선탄시설이 장엄하게 버티고 있었고, 고원의 햇살아래 변화무쌍한 산등성은 사계절 내내 시야를 장악했으며, 잊혀지지 않으려는 듯 이따금씩 동네 사람들이 눈앞을 가로막았다. 연탄가스를 맡아본 세대의 마음속에 철암은 영원한 고향이다. 철암을 아름답게 채색할 수 있는 권리가 지금 우리에게 있고, 나에게 있다.






류장복_2005-09-20 야당리_종이에 수채_56×76_cm_2005



철암은 가까운 과거의 근대사를 줌아웃해서 보게 하는 동시에 잃어버린 유년의 기억을 되찾게 해주었다. 텅 빈 폐광촌이 세트장처럼 놓여있었다. 가끔씩 오가는 철암사람들에게 약자의 따스한 온기가 있었다. 천혜의 자연을 배경으로 근대사의 흔적이 장엄하게 펼쳐지는 폐광촌 철암은 을씨년스러운 바람과 빛의 풍광으로 다가왔다. 치열했던 삶의 흔적이 매순간 촉수에 들러붙었다. 그런 기간이 얼마쯤 지나 익숙해졌을 때, 철암사람들을 그림에 담아 그들의 삶에 다가서려고 했다. 헌데, 한 발짝을 내딛자 철암은 오히려 멀어졌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그 때까지 나를 감싸고 있던 철암은 대상화되자 곧 얼어붙었다. 철암사람들의 삶 속에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이방인이었다.






류장복_2006-06-06 똥골_종이에 혼합재료_56×76cm_2006




내가 영위하는 일상의 구심점은 어디에 있는가. 눈앞에 펼쳐지는 세상은 삶과 사물로 채워진다. 진정한 삶은 사물로 돌아갈 때 발견된다. 때때로 추상화된 사물의 객관적 거리가 필요하지만 삶과 사물을 떠난 추상은 공허하다. 철암은 존재론적 관점을 내게 요청했다. 그 때 담장 너머로 활짝 핀 매화를 보았다. 이 골목 저 집에도 피었다. 어릴 적 꿈속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걸 발견하고 가만히 고개 숙여 땅바닥을 들여다보면 모든 물체가 차례로 발광하며 일어섰다. 무수한 생명의 소란스러움이 거기 있었다. 천상의 일부가 흘러내리기라도 한걸까. 기억의 심연에서 잠자고 있던 '키다리 아저씨'가 부스스 일어났다. 가만, 은둔자의 생활이 시작된 건가?






류장복_2006-06-27 1858 산황동수로_종이에 콘테와 수채색연필_36×51cm_2006



탄광촌이 제 몸을 불사르고 꺼져갈 때 도시의 밤은 인공의 불빛으로 뒤덮였다. 나는 신도시의 가장자리를 걸었다. 절단된 듯 기찻길을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분별없는 개발은 오래된 기억을 지웠다. 그런데, 열 발전소 사이로 비치는 황혼이 여전히 황홀하다. 밭과 논이었던 땅을 종횡으로 가로지른 수로에도 노을이 드리워졌다. 개천에 잡풀과 마른 억새가 무성하고 버드나무가지가 그 위로 낭창거렸다. 길가에 늘어선 나무에도, 아파트 가장자리의 좁은 땅에도, 우리 집 마당에도, 반쪽으로 동강난 야트막한 동산에도 꽃망울이 터졌고 이내 만발했다.






류장복_2006-08-07 철암_종이에 목탄_76×104cm_2006



나는 공원을 걸었다. 기계적 생산을 잠시 멈춘 공원은 도시의 한 단면이다. 사람들은 몽유병자처럼 쏟아져 나와 공원을 돌고 또 돌았다. 시선을 허공에 맞추고 팔을 휘저으며 큰 걸음으로 내딛거나 달렸다. 가끔씩 눈을 닫고 있는 연인들이 있어 그들을 간섭했다. 그런데, 낙엽이 바스락거리며 구르고, 물의 표면이 쉴 새 없이 반짝거리며, 앙상한 가지가 바람을 붙들고 만지작거리는 동안 생명은 이미 잉태되고 있었다. ● 도시의 가장자리에서도 도시의 복판에서도 풍요로운 반복을 위해 자연의 생명은 왕성하게 활동한다. 나는 또 하얀 밤중에 시커멓게 쭈그리고 앉아 일획의 여백을 만들며 의식의 아래로 내려간다. 아직 무엇이 아닌, 무엇도 될 수 있는 내 안의 괴물과 조우한다. ■ 류장복






류장복_2007-04-14 한강-망원공원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07




The mining town Cheoram is like an inland harbor. The tired lives of the miners, who wandered about in the world of the underground in search of veins of coal, is melted in there. There was a time when the economy there was booming, the extent that there was a saying that "even dogs went around with KRW10,000 bills in their mouths, however, starting from 1988 when the Olympic Games were held in Korea, the coal industry took a downturn. It was because the main energy source was replaced with oil. The abandoned mine town Cheoram was returning to the time of nature. Beyond the bright lights of the city, Cheoram remained to be black, and a sense of debt tucked away in the corner of a stranger's heart began to come back to life. ● Cheoram seemed as a neighborhood in the outskirts of Seoul taken and placed in the mountains of Gangwondo. As if I were recovering the lost memories of my childhood, I was about to shed tears in delight. Seoul has long given up its spider web-like allies, plywood shacks on the slopes ofmountains, and the soft unpaved roads to a glass city that resembles a bunch of match boxes. A concerned scholar once reported that the mental social cost caused by the logic of reckless development had already surpassed the development profits and reached a critical point. Wouldn't life become more abundant if people continued to be nostalgic about their unique memories of the past? ● Under the beating afternoon sun, I stood facing Cheoram. The subject before my eyes looked at me. I attempted to welcome it. But when I drew a line with my charcoal, the subject escaped from between my fingers. Charcoal particles broke off and rolled around at the end of my moving hand. I stared at my arm for a while as it flapped around like a carp out of water. The black charcoal and white paper gradually turned into light and shade. A world of objects, where objects sense without any medium between life and death, spread out before me. If the first freedom was there, it was not the freedom to choose, but the freedom to begin. ● The Cheoram pictures are Cheoram itself. They are a painterly documentation, expression and communication with Cheoram, exhaling its last weak breaths, made with the body of an artist. Then there was the gigantic coal-dressing facility standing solemnly, the mountain ridges always changing under the sun of the highlands throughout the four seasons, grasping my sights, and the occasional village people blocking my view, as if to not be forgotten. Cheoram remains as an eternal homeland deep in the souls of those with the experience of inhaling coal-briquet gas. The right to color Cheoram beautifully is bestowed upon us, and upon me. ■ by RYUJANGBOK



[인쇄하기] 2008-04-28 21: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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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장복 맞닥뜨린 현실의 모습은 늘 초현실에 가까울 정도로 실감나더군요. 잘 지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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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세 작품 감명깊게 잘보았습니다. 어떤 비장함까지 느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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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책도 출판했구요? 축하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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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장복 5.8 오후 2시 갤러리 근처에 카페 고희에서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철암에서그리고쓰다' 출판을 기념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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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장복 경복궁 3번 출구에서 자하문 방향으로 도보 10분 지점에 신한은행 건너편 파리 바게트 골목길로 50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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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예 축하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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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량 개인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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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임 축하드리구요 '갤러리아트다'가 어디쯤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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