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예
  2007년 9월 15일,16일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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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15일

등에 캠을 지고 양 손에 노트북가방과 짐가방을 들고 철암행 버스에 오르다. 사람들은 오늘도 버스터미널 대기실에 앉아 50인치 티비로 그날의 방영물들을 보며 자신이 떠날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태백쪽으로 향할수록 비는 더이상 내리지 않는다. 17일까지 폭우가 쏟아진다는 호우주의보 소식을 뒤로 하고 태백역에 도착하여 정선생님과 서선생님, 장성아,배석빈선생님을 만나 철암으로 향하여 신토불이에서 점심식사를 함. 태백문화원에서 아이들을 만나기로 하였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바쁘게 식사를 하고 이태량선생님의 차를 타고 막 도착한 이태란, 차인국과 함께 조우하고 정선생님과 함께 차를 타고 태백문화원으로 이동. 나머지분들은 철암에서 시작되는 벽화작업인 '기억하는 벽'의 작업을 할 것이다.



오후 2시 30분경

태백문화원에 도착하여 학부모님들과 아이들을 만나다. 제일 먼저 아이들이 눈에 뛴다. 이제 저 아이들과 나는 오늘, 내일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류태호씨와 인사를 나누고 바삐 태백문화원 강당으로 향하다. 분주히 자리를 움직이며 그들에게도 낯설은 공간속으로 자신의 공기를 만들어가는 아이들이 날리는 꽃씨처럼 보인다. 나도 바쁘게 노트북을 설치하고 아이들과 작업을 시작하지만, 그들에게도 처음 만나는 햇살캠프친구들과 내가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지는가 보다. 그래도 힘을 내어 학부모님들과의 협력으로 무사히 수업을 마치고 나는 내일을 기약하며 그 곳에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철암으로 택시타고 이동.




오후 6시이후 철암

철암에 도착하니 벽화작업을 위한 간이철조물이 세워져 있었고 철암역 왼편에 초록빛 플랭카드가 걸려져 있었다. '기억하는벽' 은 그렇게 벽화작업이 이미 시작됐음을 알리고 서선생님의 벽화스케치며 약간 떨어진 건물에서의 외벽작업을 하기 위한 청소작업을 마친 배석빈,장성아,정일영,김정락과 사진을 찍어 기록을 남기는 이태란, 촬영을 하는 차인국과 함께 차를 타고 숙소인 구와우로 이동.


오후 7시 구와우


숙소를 구와우로 정하니 따로 민박촌을 잡을 필요가 없어서 우리는 남은 숙소비용으로 한우를 먹자고 결정을 하고 구와우 식당에서 스탠드바베큐를 열었다. 나와 차인국은 고기대신 두부를 먹자고 두부 두모를 사고 몇 병의 소주와 맥주, 과자를 사들고 저녁식사를 준비. 오늘 모인 분들은 서용선, 정일영, 이태량, 이태란, 차인국, 장성아, 배석빈, 진예, 김정락, 김남표와 내 그림을 태백시장과 갤러리에 오신분들에게 200프로로 설명해 주셨다는 고마운 구와우위원장님과 그 외에 밤길에 찾아오신 구와우지인들.
보슬비는 계속 내리고 갤러리건물에 세워진 가로등은 공기가 빗물이었고 빗물이 빛이었고 빛은 나의 심상이었으리. 그들은 무대위에 섰는 배우들처럼 그 공간속에 서기를 바랬을까. 멋지게 그 풍경속에 하나로 존재되어 간직되기를 바랬을까. 그 공간속에 서있는 나는 그들이 놓여있는 곳이 시야를 가리는 비의 흩뿌림으로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들을 단지 인식하지만 그들은 나를 보고 있었다. 재미있는 경험. 잠깐... 외떨어진 나를 느끼다. 내도록 비닐우비를 입고 어린왕자처럼 거닐며 얘기를 하시는 배석빈선생과 차인국과 나눈 동양의 음악성에 관한 얘기들과 평생을 연구해도 좋을것이라는 신화와 요즘 이슈화되고있는 사회의 이야기들과 많은 대화들이 지나고 하나 둘 숙소로 들어가고 몇 분은 노래방가자고 의견을 모으다가 무산되고 식당에 앉아 서로의 노래를 주고 받으며 남아있는 튜브와인을 마시고 새벽 2시가 되어 잠자리로 들다. 달콤하지 않은 달풍경이지만 아마도 이태백의 달은 그믐달은 아니었을것이다.


9월 16일 아침

6시반경이 되니 눈이 떠지다. 까마귀는 깍 까악 울어댄다. 어제의 비는 밤사이 내리고 있나보다. 할 갤러리 건물로 내려가니 서선생님은 아침 일찍 양평으로 출발하셨다고 한다. 갤러리안을 쓸고 닦으시는 아주머니와 인사를 하고 아침 9시에 시작되는 햇살캠프 문화예술교육으로 오늘도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이태란언니가 가져온 진한 향내의 커피로 몸을 데우고 정선생님의 차를 타고 당골 청소년수련관으로 향하다.


아침 9시

청소년수련관의 강당은 제법이다. 200석도 넘을듯한 곳에 프로젝터며 시스템이 잘 갖춰져있었고 아이들에게 영상을 보여주기 제법이다라는 생각이 들어 안도를 내쉬었는데 안타깝게도 6미리 테잎을 재생을 할만한 시스템을 찾을수 없어 결국 어제 아이들의 발표를 촬영한 영상은 내가 따로 사이트에 올려주기로 하고 노트북과 프로젝터의 연결이 안되어 파일을 그곳 컴퓨터에 옮겨놓아야 하는 우여곡절끝에 시작한 수업. 다행히 류태호씨의 도움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고맙다.
아이들에게 사진과 영상들을 보여주며 조금씩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에 자연스러워지는 아이들을 보니 즐거워진다. 수업이 끝나가고 강단앞에 서있는 내 주위로 몰려드는 아이들과의 풍경이 너무 예뻤다고 말하는 학부모님의 말처럼 아이들과 나에게는 어울릴수 있는 작은 교집합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 곳은 그들이 경험하고픈 세상과 내가 찾고 싶어하는 세상이리라.


아침 12시

오늘도 비가 계속 내려서 벽화작업이 어려워진 탓에 일찍 서울로 길을 틀었고 12시경에 청소년수련관으로 도착한 일행과 함께 차를 타고 빗길을 걷고 서울로 가다. 역시나 이번에도 김삿갓에서 길을 잃었다며 어쩌다 영월구경을 하고 이태란언니의 세번의 오판으로 세번을 길을 틀고 그래도 길을 알고 있는 언니의 도움으로 우리는 양평의 서선생님의 작업실에 무사히 도착. 지난 달에 전시한 할 갤러리 철수작품을 차에 옮겨 싣기 위해 서용선선생님의 작업실에서 뵙다. 선생님의 빼곡히 놓여진 커다란 캔버스와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나무들과 재료들이 부럽다. 작업실 뒷길로 흐르는 물소리가 밤이 되면 얼마나 더 거세게 내마음에 파고들까. 나는 없겠다 싶으니 그 자연속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간절해진다. 골목안쪽에 서있는 무덤한 뭉치와 뭉치를 감싸고 있는 똘똘한 작은 강아지가 인상적이고 작업실 한쪽에 낯선 한옥이 정겹다. 가야할 곳 같기도 하고. 서선생님과 이태량,정일영,이태란씨가 벽화작업을 위한 드로잉을 사진촬영을 하고 작업에 관한 얘기를 오가는 동안 나는 한옥 마루에 앉아 게으름을 피우다.


오후 5시경

저녁식사를 위해 근처 매운탕집에서 식사를 하고 담소를 나누고 정선생님의 차가 놓여있는 주차장으로 이동하여 그림을 옮겨 싣고 인사를 나누고 각 자의 차를 나눠타고 서울로 이동하니 이번 철암여행의 끝으로 가다. 행복하다.

다음 주 부터는 추석인데도 불구하고 부지런히 철암에서 작업하실 모습들이 생생합니다.
모두 고생하시고 또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인쇄하기] 2007-09-18 12: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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