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예
  제71차 철암그리기 기록(07,08,18~19)
  

8월 18일 : 출발

오전 10시 인천 터미널.
버스에 오르니 휴가를 떠나는 20대초반의 남녀들이 검게 탄 피부를 드러내고 형광색 민소매를 입고 앉아 이효리의 노래를 듣고 있다. 좋다. 맨 뒷자석 앞에 앉는 나는 갑자기 그들과 같이 여름바다로 떠나는 기분이 드는것이다. 우후 ~ 떠나보자규우

영월터미널에 도착하니 전 달엔 장마로 인해 빗줄기가 쏟아져 홍수를 이룰듯이 시멘트바닥에 차올라 버스라도 뒤엎을 기세더니 오늘의 영월은 해가 뜨거워 얼굴을 찡그리며 그늘로 향하는 사람들이 희미한 눈으로 버스편을 두리번거린다.

오후 1시10분 태백버스터미널에서 내려 옥수수 한개와 피 자두 2천원어치 사서 배를 채우고 이경희선생님께 전화를 드린다. 콩국수를 시켜주신다며 반가워하시는 선생님. 모처럼 만나게 되어 마음이 설레여진다. 철암으로 향하는 20번버스를 타고 통리역을 거쳐 철암역에 도착하니 철암역 근처에서 작업을 하고 계셨던 여럿 분들이 보이고 이경희선생님과의 반가운 만남을 갖고 콩국수를 먹은 후 4시 30여분에 모두 태백석탄박물관으로 이동.


오후4시30분 : 태백석탄박물관

태백석탄박물관에서는 류장복선생님의 철암진경전시회가 진행중이다. 석탄박물관내의 양 벽에 전시되어있는 그림들을 보며 류광운선생님과 이경희, 류장복선생님과 담소를 나누시고 함께 온 이선영,서보희, 이영숙,금 별, 이태량, 정일영, 이태란, 차인국은 함께 전시회도 관람하고 박물관도 둘러보았다. 박물관 1층 한켠에 놓여있는 4억 5천만년이 된 공룡화석에 손을 얹어보니 내 마음이 쿵쾅거린다. 시간을 훌쩍넘어 생명과 생명의 밀착. 나이가 들면서 손에 느껴지는 것에 두려움를 갖고 있는 나는 새삼 소중한 경험을 하다. 다 함께 단체 사진을 찍고 나와 단군성전을 지나 태백산산책길로 오르다. 많은 비로 그 사이 훌쩍 커진 잎들이 녹음을 내뿜고 인간은 들여마신다. 고마운 자연. 내려오는 길에 단군성전에 들러 어린 박달나무를 살피고 성전을 잠깐 거닐다 내려와 일행과 함께 곤드레비빔밥집으로 향하다.


오후 7시 : 버몬트 레지던스 프리젠테이션

민박촌으로 향하여 자리를 튼다. 가족A18호와 연인37호의 방키를 쥐고 모두 가족방으로 모여 앉아 짐을 풀고 서둘러 모이니 버몬트로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마치고 온 이경희선생님의 프리젠테이션이 있었다. 내용은 버몬트 레지던스에 참여한 그동안의 사진과 그 곳의 프로그램에 관한 내용이었으며 철암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현재 25년 전통이 된 버몬트로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3명의 작가로 시작되었으며 작가가 그 지역에 상주하며 한달이나 두달가량의 전세계의 작가들이 드나들고 어떤 제재도 없이 자유롭게 작업에 몰두할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으며 초창기에는 그 역시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이렇게 활성화될 수 있었던 것은 그곳에서 상주하는 설립작가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는 추측과 많은 후원인들의 도움과 지역 관들의 이해가 맞물렸을것으로 생각되나 그런 면에서 철암이라는 운송수단거리의 편리함과 신속함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재 꾸준히 상주할 수 있는 작가의 부재와 비싼 집값과 관들의 보수성과 몰이해성의 어려움이 얘기 되었다.
그 선상에서 다시 작가의 자세에 대한 얘기가 거론되면서 작가란 사회를 바꾸려는 사람이기보다는 자신이 좋아서 행위할때 그 지속성이 오래가며 단시간에 무엇인가를 이뤄내려고 할때의 부작용과 7년동안의 여행임에도 결국 이방인일수밖에 없는 한계속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 세월동안에 류장복선생님의 그림이 더 좋아졌으며 지역주민들이 더이상 경계의 눈빛으로 바라보지 않고 이해를 갖게되었으며 자연스럽게 철암의 풍경속에 흡수되었고 최초로 철암역에 갤러리가 들어섰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나아갈 바의 고민이 드러나고 지속적인 작업을 통해 또 고민하게 될 것이다. 작가 본연의 자리를 잃지 않으면서...
뒤이어 오랜만에 오신 이선영, 서보희, 이영숙님의 소개와 인사가 이어졌다.

프리젠테이션이 끝나고 이경희선생님과 류광운 선생님이 서울로 떠나시고 남은 일행은 보리집에서 싸온 고추며 전을 풀어놓고 각자 가져온 과일과 과자들을 안주삼아 맥주와 소주로 목을 축이며 남은 이야기들을 이어나갔다. 오랜만에 늦게까지 남아 자리를 채워주신 류장복선생님의 이야기들이 주축이 되었고 선생님의 사생화에 대한 작업방식과 강의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쏟아졌고 한국의 획일적인 교육에 대한 비판과 인상파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인상파적인 자세를 떠난 답습된 기법적 표현으로 인상파의 한계성을 드러냈다는얘기와 그림을 그리는 사물과 화가의 표현의 거리, 개념미술에 대한 나의 고민과 화가가 바라보는 서양미술사에 대한 류장복선생님의 화가로서의 그림이야기, 그 외의 농담들과 사유들. 오늘은 류장복선생님께서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시고 대화들이 오가고 고민들이 오가는 아주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앞으로도 자주 참여해주셔서 좋은시간을 함께 나눌수 있기를 고대하겠습니다.

시간은 훌쩍 새벽 2시를 넘어 정리를 하고 인사를 나누고 2층으로 올라와 해가 뜰때까지 이태란님과 속닥이다가 아침 7시경 잠으로 떨어짐.



2007년 8월 19일

눈이 떠지다. 너무 늦지 않았나싶어 휴대폰을 보니 아침 8시 20분. 누워서 눈을 깜빡거리다 밖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고 조급한 마음에 일어나 준비를 하다. 각자 짐들을 다시 꾸리고 쓰레기를 정리한 후 차를 나눠타고 황태해장국집으로 이동. 2년전 집에서 티비를 버린 이후로 밖에서 티비만 보게 되면 빠져든다는 류선생님. 웃으시며 열심히 보신다. 조금 늦게 도착한 이태량, 정일영, 차인국님이 들어오고 식사를 한 후 커피믹스를 마시고 구와우로 이동.

오전 11시경 : 구와우

구와우는 해바라기 꽃이 피었다. 아직 10프로밖에 피지 않았다고 하며 5일 후면 만개할 것이라고 한다. 올해 해바라기는 너무 훌륭하다는 김남표 대표의 말과 자식을 잘 길러낸 듯 만족한 듯한 표정. 날씨로 걱정을 했는데 다행이다는 이태란님. 현재 전시중인 할 갤러리의 철암,풍경전을 본 후 서보희, 이영숙, 이태란님은 해바라기를 둘러보기 위해 산책을 하고, 이태량님은 캔버스를 펼쳐놓고 붓을 들었다. 류장복선생님도 작업을 위해 길을 떠나고 뜨거운 해를 피해 그늘을 찾으며 나름의 놀이를 한다.

풀이 웃는다.
해 들어안고 바람 춤을 춘다.
흙이 밤 사이 씻겨 어디론가에 개미집을 짓고
멀건 돌들 틈에, 풀.
다시 웃는다.
에헤라

하나, 둘씩 모여든 일행들과 그늘의자에 앉아 점심으로 콩국수와 냉면을 시켜서 먹으며 두런거리며 담소가 오간다.


오후 1시즈음 : 망생이 뒤집기

일꾼들이 미리 만들어 말려놓은 망생이들을 해바라기축제에 맞춰 정비도 할겸 더 잘 말릴 겸 해서 한 곳으로 모아놓고 망생이 뒤집는 작업을 한다. 망생이와 황토벽돌 뒤집기는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니나 갯수가 많아서인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노동이 필요한 작업이라 체력적으로 힘이 들었다. 뜨거운 햇살아래 망생이들을 예쁘게 뒤집고 가지런히 정리하며 부디 명품 망생이로 거듭나기를 바래본다. 작업이 끝날무렵 류장복선생님과 김남표대표가 냉커피를 사줘서 달게 먹고 마무리를 한다.


오후 4시 : 다시 그늘로 ...

오후 4시반 귀가버스를 예약해 놓으신 서보희, 이영숙 님이 먼저 떠나시고 남은 일행은 그늘에 앉아 한가롭게 있다가 류장복선생님의 그림 작업도 감상하고 '선생님 이 파스텔 가격이 얼마나 되나요?''좀 어려운 질문 좀 해봐 ' 라고 헛헛한 웃음을 흘리는 선생님. 오후 5시 가량 류장복 선생님과 이선영님과 몇 몇 분을 남겨두고 차인국, 정일영, 이태량, 이태란과 나는 한 차에 몸을 싣고 서울로 향하다.


오후 6시 : 만항재와 함백산

정일영선생님 차에서 발견한 '철암그리기7' 도록의 그림들을 살펴보다가 서용선선생님이 그리신 함백산 풍경이 나오자 이태란님이 이제 그곳엘 갈꺼라고 하신다. 구비구비 만항재를 돌아 높은 곳. 장성콘도를 지나 해발 1330m의 만항재휴게소에서 차를 주차하고 우리는 혜선사 방향으로 십오분여를 걸어 이태란님의 안내로 우거진 수풀을 헤치며 어디론가로 들어서는데 눈 앞에 펼쳐지는 풍광. 굵고 깊은선의 산들이 켭켭히 막을 치고 끝모를 무거움위로 떠 있는 기운은 오후 석양의 기운의 잔상이 내게까지 감싸여진다. 한 참을 바라보다가 우리는 귀가를 위해 다시 수풀을 헤치고 빠져나와 휴게소에서 감자전과 먹걸리를 저녁으로 먹고 차에 올라 휘익 하며 구부러진 산등성이를 돌아 내려와 5시간여의 영월, 제천,감곡을 거쳐 짙어지는 산들과 어두워지는 하늘에 깜박거리는 반딧불이 된 차들의 이동을 따라 동서울로 향하고 만남의 광장에서 이태란님과 헤어지고 서울로, 집으로, 향한다.




밤 12시 강남역 3번출구에서 인천시청으로 향하는 9100번 마지막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한 시간 새벽 1시 20분여. 도착문자를 넣고 이번 여행을 끝내다. 잠이 오질 않는다. 뒤척 뒤척거리며 꿈에서였던가. 반복적으로 '생득적 방출 기제' 가 밤사이 되네여진다.

' 바다거북이 알을 낳고 부화하는 신비한 과정을 잘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많다. 이 과정을 보면 먼저 어미가 물에서 나와 해변가의 어떤 지점까지 안전하게 도달한다. 거기서 어미는 구멍을 파고 수백 개의 알을 낳은 다음 흙으로 덮느다. 그리고 다시 바다로 돌아간다. 18일이 지나면 수많은 새끼 거북들이 모래를 뚫고 나온다. 이 거북들은 출발을 알리는 총소리를 들은 단거리 선수들처럼 전력을 다하여 거친 파도를 향해서 돌진한다. 이때 갈매기들이 먹잇감을 낚아채려고 위에서 소리를 지르면서 달려든다.
자발성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욕망을 이보다 더 생생하게 보여주는 예는 없을것이다. 여기에는 학습이라든가 시행착오와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새끼 거북들은 거대한 파도를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서둘러 달려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렇게 달리는 방법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향하고 있는 곳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마침내 바다에 도달하면 이 거북들은 헤엄치는 방법과 헤엄을 쳐야만 한다는 사실을 즉각적으로 안다. ' 조지캠벨/ 신의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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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하기] 2007-08-22 10:3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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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예 맛난거 사주세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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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란 버몬트 레지던스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www.vermontstudiocenter.org 참고하세요~ 철암정기여행페이지 봤어요,,,수고 많이 하셨네요..부지런도 하시지...그쪽 글에는 댓글달기가 안되서 여기다가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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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예 예 수정했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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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란 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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