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예 [ E-mail ]
  제68차 철암그리기 후기(2007.05.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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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19일 오후 4시 태백행 고속버스표을 끊고 인천 고속버스터미널 대기실에서
사람들을 바라보다. 휴일이고 봄이라서인지 화사한 한복을 곱게 차려입으신 분들과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간간히 눈에 띈다. 5월이지 않은가.
버스에 올라 창가좌석에 앉아 있으니 예순이 훌쩍 넘으신듯한 할머니 한분이 내 옆좌석에 앉는다.
버스는 출발하고 나는 안전벨트를 메고 등받이의자에 몸을 기대고
익숙한 인천의 풍경을 뒤로 보낸다.
고개를 창가에서 뗄 무렵 할머니는 출발한지 한시간이 되도록
작은 종이쇼핑백을 손목에 건 양손으로 앞에 놓인 손잡이를 꼬옥 잡고
의자에 엉덩이를 반쯤 걸치시고 허리를 곧게 세운채 앉아 계신다.
홀로 고속버스를 타는 장시간 여행이 자주 있지 않으신 탓일까.
몇마디를 건네려다 그만두었다.
논에는 한창 모내기가 진행중이다.
논바닥에 물을 대놓고 자연의 거울을 만들었으니,
내 마음이 맑게 비추어지는듯 하여 정갈해진다. 농부님들 마음도 그러할까.
내가 좋아하는 영월에 도착할 무렵 시간은 저녁 8시가 되어가고
언제부터였을까. 의자에 몸을 기대어 주무시던 할머니도 깨어 일어나 차에서
내리시고 어둠이 시작된다.

태백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자 밤10시가 가까이 와 간다.
아직도 낯설지만 조금은 익숙한 할아텍사람들과의 조우를 생각하니
즐거운 흥분이 잠깐 일어나 몸이 가벼워지는듯하고 태백의 날씨도
맑고 상쾌하다. 태백역앞에 일렬로 늘어서있는 택시에게로 가서태백도립공원
민박촌을 아냐고 묻고 서교수님께 전화를 드리자 a동 5호라시며 관리사무실을 돌아 북쪽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다음택시를 타고 들어간다. 택시아저씨의 퉁명하고
반말섞인 말투와 그분의 모습이 보조석 앞에 붙여놓은 택시운전자 증명사진과 달라
조금 긴장을 하며 가로등이 늘어진 인적이 드물고 집도 드문 태백도로를 달려
강촌이란 건물앞에 도착하니 '여기 민박촌이 있었는데' 라며 두리번거린다.
유황오리고기간판이 있으면 맞는데.. 핸드폰으로 어디론가 통화를 한 후 태백도립공원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유황오리고기집이 하나 더 나타나더란 것을 알게 되고 숙소에 도착하니
a 동 5호실 입구에는 조금 열려놓은 현관문 틈으로 열기가 화악 느껴진다.

현관입구를 가득 채운 많은 신발들에 내 신을 보태고 들어가자
서용선교수님을 비롯한 많은 낯익은 분들과 새로 오신 분들이 반겨주셨다.
가방을 옆에 내려놓고 부랴부랴 잔을 받아 건배를 하고 포도주 한잔을 들이킨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놀랐는데 서용선교수님과 이강우선생님, 정일영선생님,
진예, 이수윤씨, 이태란선생님, 김남표대표님, 추인엽선생님, 최병국선생님과
태백교육 공동체 모임 학부모님들께서 참석하셨다.
잠시 후 윤영희씨가 찾아오셔서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다시 대화가 시작되고 교육공동체의 한 분이 정일영선생님께 지난 번 수업때
수업이 끝나자마자 바로 자리를 떠나셔서 아쉬웠더라고 하자,
서교수님은 정선생님은 떠날때 붙잡지 않음을 아쉬워했을것이라고 하고,
정선생님은 맞다고 웃으시며 차량때문에 서둘러 이동했어야 했다고 한다.
오늘 오후 2시에 이태란선생님이 영어로 연상되는 그림그리기수업을 하였는데 놀란것은
수도권 아이들에 비해 진도가 조금 느리다는 것과 교육을 받는 아이들의 나이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하여 교육하는데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는것이다.
윤영희씨는 당신의 아이는 고등학생으로 수업에 참가했는데 아이가 초등학생들과
같이 수업을 하니 수준차이가 나서 재미가 없더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수업받은 중학생 아이의 아버지인 한 분은 우리는 노동자이기 때문에
교육은 잘 모른다고 하시며 본인은 땅을 파내는 일을 하고 옆에 계신분은 광부라고
말씀하시며 아이가 중학교 2학년이고 그림을 아주 좋아하는데
기존의 제도권의 교육은 거부하고 아이들의 재능과 창조성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으나, 아이가 사회속에서 자신의 재능을
인정 받기를 원할 경우 아이는 제도권속에서의 인정을 받으려면
기존의 교육시스템과 떨어져 있으면 힘들지 않겠느냐는 고민을 털어놓으셨다.
교육공동체에 계신 다른 분은 현재 태백교육공동체가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서 점차적으로 진행해나가면서 자리를
잡아가야 할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시며 얼마 전에 다녀 본 간디공동체를 통해
사회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교육적인 지도가 가능하며
그 아이들이 성년이 되어 사회에 나갈 경우 사회의 일꾼으로서 튼튼히
자리매김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하신다.
정선생님은 그러한 자료들을 꾸준히 모아놓고 정리해나가면 가닥이 잡히지
않겠느냐고 하셨다. 서선생님은 이번 한달동안 공공미술 프로젝트 강원도 부문 중
'철암역 앞 벽화 조성 기획안' 을 정리하여 제출했으니 조만간 소식이 들려올 것이고
좀 더 나은 여건이 될 것이라는 말씀과 지금의 대안교육공동체가 앞으로는
대안학교로 발전되기를 바란다고 하셨다.
교육공동체의 한분은 현재 대안학교를 할만한 폐교가 하나 있어서
그 곳을 마련했으면 좋겠으나, 태백에서도 차를 타고 3,40분 들어가기 때문에
거리상으로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라는 고민을 하셨다.
태백교육공동체는 작년 5,6월에 본격적으로 교육을 시작하여 태백아이들을 위한
대안교육으로서 한달에 두 번 둘째, 넷째 토요일에 목공예와 독서모임을 갖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할아텍에서 셋쨋주에 문화예술교육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교육공동체의 한 분이 아이들이 즐겁게 놀면서 배울수 있는 놀이로써의 교육을
하고 싶다고 하자, 정선생님은 교육을 받다 보면 어느정도 스트레스를 받는일도
하게 된다고 하셨다.
아이들의 연령 구별없이 함께 할수 있는 교육방법에 대한 고민.
대안교육을 위해 필요한 자료의 구축.
질적인 교육을 위한 아이들과 선생님간의 이해와 소통을 위한 교류의 필요성과
그 외의 논의들.

오늘 참석한 김남표구와우대표가 농림부에서 많은 액수의 지원을 받았다는
경사소식을 듣고 모두 축하를 해주었고 김남표대표의 목소리에서 그 동안의 어려움이
흠뻑 묻어났다. 밤 11시 반이 되어 오늘 마지막 참석자로 이수윤씨가 숙소에
도착하여 합류를 하였고 태백 교육공동체분들이 자리를 뜨시고 두 분은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신 후 귀가하셨다.
12시가 넘어 할아텍분들만 남았고 김남표대표의 경사턱으로 2차를 가자는 제의가
무산되고 김남표대표는 자리를 떠나고 남은 분들과의 화기애애한 대화와
가득하게 남은 추선생님이 한 박스 가져오신 와인이며 맥주, 소주와 참외, 오렌지,
이태란선생님이 만들어오신듯한 맛있는 알쏭달쏭한 과자 , 오징어, 땅콩과 그 외의 먹을거리들이 남았다.
그리고 다음달에 오픈할 고깃집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고 프로젝터를 설치하여
4월에 일본 오사카에서 갖은 서용선교수님의 전시풍경사진을 보고 교수님의 전시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평소에 12시전에는 꼭 주무시는 금기를 깨고 새벽 2시 반이
되어 잠자리로 드셔서 모두 놀라기도 하였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이강우선생님이
새벽 3시 무렵에 잠이 깨어 내려오셔서 새벽 5시반에 사진촬영을 위해 일어나야 한다며
일층에서 눈을 붙이시고 남아있는 이태란선생님과 이수윤씨와 나는
정리를 하고 2층 잠자리로 올라갔다.

다음 날 5월 20일 아침 7시반 눈을 뜨니 해가 대낮처럼 밝아 눈이 부시다.
씻고 밖으로 나가 거닐며 민박촌을 둘러싼 태백산들을 바라보니
막혀던 응어리가 뚫리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사람들은 산을 찾나보다 싶다.
나는 주변을 돌아보고 스트레칭을 하고 돌아와 이동할 준비를 하고
이태란선생님은 이번에도 신기한 커피포트로 향긋한 커피를 만들어 우유에 타서
여럿분들과 나누어 마신다.서교수님은 노트북을 꺼내 몇 가지 정리를 하시는듯 하다.
일행은 짐을 정리하고 이수윤씨가 서교수님차를 타고 함께 서울로 돌아가기로 해서
숙소사무실에서 인터넷으로 기차표예매를 취소하고 함께 이동하여 아침으로 황태북어국을 먹고
철암역으로 도착하니 철암역 외벽전시관에 정일영선생님의 두점의 그림과
이수학님의 전차동계획 스케치 전경이 보였다. 서용선교수님은 스케치를 보시며
고깃집을 거점으로 구성될 것들과 전차동 설계라인을 가리키셨다.
우리는 12시 반에 만나기로 하고 서로의 작업을 위해 흩어졌다.
이곳에 여러번 왔으면서도 선탄장 철로에 들어와보기는 처음이었다.
주위를 둘러본 뒤 철로에 깔려있는 석탄가루를 집어 기차를 그린 후 다시 선탄장 창고를
종이에 목탄으로 그리고 돌아와 입구에서 그림을 그리는 이태란 선생님과
미인폭포를 둘러보시고 철암에서 합류한 추인엽 선생님과 이번에
처음 참석하신 최병국선생님을 만나 구와우로 넘어간다.

5월의 구와우는 예전의 해바라기가 피어있을 때 이후로 많이 달라져 있었다.
김남표대표는 몇일 후에 해바라기를 본격적으로 심어서 9월에는 해바라기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현재 구와우는 해바라기의 모습은 없고 앙상하게 말라
꺾여 바닥에 누운 회색줄기들이 대지의 솜털처럼 펼쳐져있었다.
이제 몇일 후면 이 십만평의 땅에 다시 찬란하게 피어날 해바라기씨가 심어질 것이다.
일행은 구와우의 사무실에 도착하여 이야기를 나눈 뒤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2시 정도에 근처 순두부집으로 향했고 추선생님이 순두부와 녹두지짐이와
동동주를 주문해서 맛있게 먹고 김남표씨는 급한 볼일이 있어 먼저 구와우로 가고
일행은 식사를 마친 후 나뉘어져 구와우로 향하고 몇 분은 구와우에서 구워먹을
고기를 사러 갔다. 구와우에 다시 도착하니 김남표대표를 찾아온 공무원분과
서교수님이 인사를 나누었고 이태란선생님은 민들레꽃밭이 너무 이쁘다며 정선생님과
나를 번갈아 사진을 찍어주시며 기분좋게 풍경을 즐기고 있으니 추선생님과 이수윤이
고기와 수박을 들고 도착하였고 몇 분은 고기를 구울 준비를 하시고 추선생님은
그림을 그리신다. 몇 분은 구와우를 둘러보기 위해 언덕을 넘어 걸으시고
넓게 펼쳐진 들판, 언덕은 구비구비 소담스럽고 막자란 풀들이 고향같다.
이수윤씨와 산책을 마치고 구와우 입구에서 바라다보이는 네 개의 나무를 그리고
이수윤씨는 사진을 찍다 앉아 잠시 눈을 붙인다. 나른한 봄의 오후.
사무실앞 정자나무아래서는 웃음꽃이 활짝이고 공무원의 업무처리 관행과
음악에 미치는 대마의 영향, 담배가 인간에게 미치는 악영향 등
여러가지 대화들이 줄을 이으며 즐거운 분위기가 계속되었고 서용선교수님이
차에서 캔버스를 꺼내 정자나무 맞은편 바위에 앉아 물감으로 정자나무를 그리신다.

오후 4시가 지나 인천으로 가는 일행이 먼저 일어나 떠나기 전 추인엽 선생님의 카메라로
단체사진을 찍고 차에 오를즈음 구와우에 택시로 막 도착한 이강우선생님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인천으로 가는 길에 올랐다.
최병국선생님의 지도책을 들고 함께 38번 국도를 따라가다가 장호읍을 지나 잠깐 식당에
들러 도토리묵밥으로 저녁식사를 대신한 뒤 다시 출발한 차는 일죽 IC에서 중부고속도로로
들어서면서 막히기 시작하더니 한시간가량을 거북이 걸음으로 가다가 용인을 지나
외곽순환도로로 진입하면서 풀려 인천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되어간다.
최선생님의 다양한 음악선별에 감탄을 거듭하며 돌아온 즐거운 시간이었다.
집에 돌아오니 이틀의 여정을 머릿속에 그릴 사이도 없이 잠으로 빠져들었다.



[인쇄하기] 2007-05-22 20:4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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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란 함께한 여행 즐거웠습니다~~ 저에게 사진 찍히신 분들...죄송한 말씀..드려요..메모리 카드 에러 나서 2틀간의 철암기록 사라졌어요..후에 카드 복구 가능여부 확인하여 태백교육 공동체 수업기록 사진과 함께 올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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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선 상세한 이틀간의 내용이군요.최근 철암후기가 풍부해지고 있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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