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장복
  2007.4.21 철암그리기
  
첨부화일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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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1 토요일. 오랜만에 철암을 향했다. 2달을 걸렀다. 느지막이 출발해서 쉬엄쉬엄 가다보니 오후가 되서야 영주와 태백의 갈림길에 당도했다. 왼쪽으로 꺾어들었다. 오른 쪽 산등성에 강원도의 전형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차에서 내려 뻐근한 어깨 죽지를 펴고 한숨을 돌린 다음 급한 대로 풀 섶에 방뇨했다. 그런데 오는 차나 가는 차나 할 것 없이 빤히 보이는, 휘어진 길의 안쪽 꼭짓점에 내가 서 있었다. 순간 눈을 감았다. 풀 냄새가 코끝에 진동했다. 어릴 적에 소풍가서 맡아보았던 그런 싱그러운 봄내음이다. 늦은 오후 철암초등학교를 지나 후미끼리를 돌아들자 저탄장이 눈에 들어왔다. 푸른 비닐 산이 한층 낮아졌다. 탄이 계속 팔리나 보다. 기찻길을 건너 벽돌담을 천천히 돌아 철암역 앞에 정차했다. 신토불이 식당의 미닫이문을 열자 푸석한 아저씨와 동그란 아주머니가 웃는 얼굴로 반겨주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번엔 보기에도 빛깔이 고운 발간 복분자 술을 내놓으며 한잔을 권한다. 한 모금에 혀끝이 녹아내렸다. 특별한 감식의 기술이 없어도 담박에 순도 높은 진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차려준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우고 한껏 거만한 자세로 볕을 쪼이며 철암로에 섰는데 건너 편 역사에서 서용선 선생님이 손짓을 했다. 간단히 철암그리기의 일정을 확인하고 전차동 입구로 이동해 자리를 폈다.
똥골에 봄물이 올랐다. 어떤 나무는 검은 가지 채로 있고 어떤 나무에는 연두빛깔의 잎사귀가 영롱한 햇빛아래 하늘거렸다. 진달래의 꽃잎이 숲 속에 점점이 박혀 하얀 광목에 번진 잉크처럼 선홍빛을 발했다. 철암은 이제 봄이다. <18:40> 해가 뉘엿뉘엿하자 긴 그림자가 골짜기에 끼어들었다. 먼데 산이 황혼의 붉은 빛으로 환하다. <18:40> 동쪽을 보았다. 철암을 보듬은 두골산 비탈에 철거를 앞 둔 판자집들 주변에도 진달래와 개나리가 화려하게 피었다. 주인 없는 빈 집의 마당에 꽃들이 철암의 봄을 맞았다. <19:06>
그 때 담배를 손에 든 눈에 익은 실루엣이 철길을 건너 성큼성큼 이 쪽을 향해 걸어왔다. 구와우 김남표와 한응전, 김동현님이 연이어 한꺼번에 나타났다. 다들 오랜만이다. 각자의 삶에 적지 않은 일들이 지나갔음직했다. 저녁을 먹고 장을 보아 금광골 휴양림으로 이동해 일행과 합류했다. 낯설지 않은 철암그리기에서 가장 많은 낯선 얼굴을 보았다. 얼마 후 석탄박물관의 정연순님이 커다란 술병을 들고 나타났다. 마가목주를 담갔다고 한다. 그 옛날 탄광촌 이야기가 술술 쏟아졌다. 언제나 밤은 술과 더불어 깊어져 갔다. 일치감치 몸을 눕혔다. 방안에는 덩그러니 서선생님이 진즉에 잠들었고 베란다에는 나머지 일행들이 술병을 가운데 놓고 오순도순 모여 있었다. 눈에 익숙한 그림이다. 2007.5.18 13:06 륮.
[인쇄하기] 2007-05-19 01:5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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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장복 6월 여행 때 동행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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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 무척 열심히 그림 그리시더니.... 그림 참 좋네요. 텐트 언제 배송해 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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