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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눈 내리는 구와우
그림을 챙겨 계곡을 빠져 나오자, 구와우 주인에게서 전화가 온다.
어제 진동으로 되어 있어 전화를 못 받았다고 한다. 2시간 쯤 후에 도착할 것 같다고 하고, 동활계곡 쪽으로 들어선다.
낮에 보는 동활계곡은 역시 좋다.
신리까지는 9km이다.
신리 삼거리에서 늦은 점심을 하려다 그냥 신리 재 쪽으로 계속 차를 몰았다. 가파른 신리 재를 거의 넘어서는 데,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벌써 이 산중에는 겨울이 오나보다. 눈 내려 질척한 고개 길을 넘어 통리에 이르러 첫 주유소에서 경유기름을 넣고 구와우로 향 한다
주인은 불을 펴 놓고 어디로 갔다.
다시 길을 돌려 나와 갈치 찜 집으로 향하는 데, 두문동 재 산 꼭대기에 짙은 회색 산골짜기 따라 칼날 같은 검은 선, 흰 눈이 날카롭게 교차한다.
멋진 풍경이다.
구와우 식물원 주인과 일주일 만에 다시 만나 환담하고 경영 이야기도 잠시 듣다.
밖에는 바람이 세차게 분다.
새 캔바스 한 개에다 제소 칠을 꼼꼼히 하다.
그러나 오늘은 그림을 더 그리고 싶지는 않다.
잠시 후, 주인은 집으로 가고, 무쇠로 된 난로에 새로 연탄 한 개를 갈아 넣다.
‘촘스키의 이해 I‘을 조금 읽다가 10시경 넘어 잠이 들다.
11월 17일
어수선한 느낌에 잠이 깨다.
새벽 1시경.
창밖을 보니 폭설이 세찬 바람에 이리 저리 춤을 춘다.
이것 봐라, 태백산맥의 겨울이 성큼 다가 온 것 같다.
다시 새 연탄을 하나 더 갈아 넣는다.
잠시 후 폭설은 깨끗이 사라지고, 가로 등 창백한 황색 빛을 받은 길 위와 나뭇가지들은 하얗게 두터운 솜이불을 덮어 썼다.
내일 차를 움직일 수 있으려나?
걱정이다.
언젠가 눈 내린 겨울처럼, 차를 두고 가게 되지는 않을 런지,
그런 데 곰곰이 생각하니, 꼭 오늘 갈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일부러 마음을 누그러뜨린다.
한 밤중 농장, 바깥바람은 휘파람 소리를 내고, 전기장판 카시미론 이불 속에 엎드려 다시 ‘촘스키의 이해 I’을 읽는다.
‘’......다른 유사한 경우들이 있는 데 정말 이해되지 않고 막 연구를 하려는 경우는 식물부터 포유동물까지의 알고 있는 모든 기관의 시각적 및 감광성체계(感光性體系:photosensitive system)는 태양에너지의 어떠한 일부에만 접근한다는 사실이고 가장 풍부한 부분이 유기체
에 의해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적외선을 말한다. 그것은 흥미로운 사실이다.왜냐하면 그것은 그러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고도로 발전되었고 인간은 그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화(進化: evolution)는 그러한 경로를 발견하지 않았는 데, ......“ 79쪽
태백산맥 삼수령 백두대간 아래 구와우 고원자생식물원 컨테이너 밖은 지금 한 밤중이다.
쏴아 몰려가는 바람소리, 그리고 휘파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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