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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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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고쳐지는 역사, 장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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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고쳐지는 역사, 장릉<莊陵>
홍천을 거쳐 영월을 바라보며 다시 넘실거리는 산봉우리들을 흥건히 바라본다.
새로 닦아 놓은 제천-영월간 도로를 계속 달리다가, <영월, 청령포> 표시판을 따라 큰길에서 빠져나오니, 장릉방향이 곧 이어 나타난다.
좌측으로, 다시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장릉 입구 왼쪽에 차를 세우다.
나지막한 기와 얹은 돌담, 바로 앞에 서 있는 굵은 나무 밑둥치가, 바로 차의 범퍼 앞에 닿을듯하다.
이런 주차장, 기분이 좋다.
주차비도 천원이다. 서울의 인사동주차비를 생각하면서, 마음까지 풍요로워지는 듯하다.
먼저 점심을 먹으려고 장릉 보리밥집을 들렸으나 사람이 많아 30분을 기다려야한다.
이제는 고인이 된 성현이 생각이 난다.
식당주인이 그의 친구였기 때문이다.
그냥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기로 한다.
능을 치켜다 보는 자리에 앉아, 말아가지고 온 캔바스 천에 탁한 연두 빛, 아크릴물감으로 능선부터 그어 나가기 시작한다.
앉아 있는 가을잔디가 포근하다.
능선위에 늘어선, 옆으로 굽이 져 뻗어 나간 소나무도 보기가 좋다.
한참을 정자각 뒤편의 경사진 잔디 색을 갖고 씨름한 후에, 하늘 푸른색을 칠해 본다.
화면이 옆으로 길게 늘어났다.
능 밑으로 넓게 경사진 잔디 부분은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면서 빛을 더욱 받게 되고, 정자각 건물의 그림자는 그 윤곽선이 달라지고 있다.
관광객들은 “저기 그림 그린다.”하면서 틈틈이 주위를 맴돌곤 한다.
대부분은 조금 드려다 보다가 신통치 않은 표정을 짓고 돌아선다.
능위에서 드로잉을 한 적은 있으나, 능을 밑에서 마주 앉아 보고 그리기는 처음이다.
“...그러나 단종 폐위와 사육신사건을 기록한 <단종실록>과 <세조실록>은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사실 그 자체를 호도하려고 편찬 기술된 것이므로 ...
...이렇듯 관찬사료가 관료파의 자기합리화를 위하여 서술될 때는 오히려 민간 측에 산재한 사료가 더욱 중요한 값어치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다행이도 당시 온갖 박해에도 불구하고 추강 점필재 등 절사, 의인들이 직필을 꺾지 않고 기록을 남겼다. 그러한 자료들이 많이 인멸되었지만 이 장릉지에 대개 수합되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어서 사육신을 연구하는 데 없어서는 안될 사료들이므로, 이제 이 책을 국역하여 널리 세상에 펴는 것이다......“
국역<장릉지> 머리말
-국역 장릉지 세종대왕기념사업회, 15쪽
장릉은 조선 제6대왕 단종의 묘호이다. 단종은 세조에 의해 노산군으로 강봉되고 후에 사사되었다. 당시 영월의 호장 엄흥도가 그 시체를 영월 북쪽 동을지(冬乙之)산에 매장하고 달아났다.
그 후 단종은 숙종 때 복위되었다.
장릉 정자각 상량문 송시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한다.
“어여차 대들보를 동으로 드니
흰구름 아득하여 영주산 봉래산이 가깝구나
정호궁검(鼎湖弓劍)하신 것은 비록 아득하나
우러러 사모하는 백성들은 아직도 마음아파 하도다.
兒卽偉抛梁東
白雲渺渺近瀛蓬
鼎湖弓劍雖綿邈
攀慕遺尙有恫
...
어여차 대들보를 아래로 드니
육신의 사당이 옆에 있구나
천추에 드문 군신(君臣)의 사이 이미 밝게 화합하였으니
영상(英爽)은 어슴프레 어가를 따르도다.
兒卽偉抛梁下
傍臨俎豆六臣者
千秋際會旣昭
英爽依俙陪駕
-국역 장릉지, 163쪽
다 깎아 놓은 대들보를 “으쌰! 으쌰!“하며 들어 올리는, 목수들의 신바람 난 목청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장릉에 올 때 마다 나는 이 청각의 기억을 즐기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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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하기] 2006-11-26 13:5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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