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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와우, 철암가는 길
2006.10 21-25
서용선
1. 떠나는 길
2. 홍천과 치악산
3. 봉양여인숙 그리고 청령포
4 마침내 두문동 재를,
5. 마리의 ‘걷기’(Walk), ‘희망’(hope) 프로젝트
6 전차동 계획
7 구와우 돌배나무 골짜기
1 떠나는 길
서둘러 떠나는 ‘철암그리기’ 참가의 철암 태백 행 길에는 언제나 그림 재료 한 두 개씩을
빼놓기가 일쑤다.
한 번 쯤은 되돌아오거나 빼놓은 물건을 아쉬워하며 떠나게 된다.
거기에다 나를 떠나보내는, 늘 묶여 있어 안타까운 뭉치의 허전해 하는 눈빛은
내 마음속에 항상 조금씩의 상처를 낸다.
내가 저의 주인도 아니고 그냥 나란히 살고 있을 뿐인 데,
나는 또 불만이다.
정치문제도 아닌 데,
반복되는 헤어짐을 거쳐,
다릿골에서 양수리로 향하는 길은 드넓고 시원한 북한강변을 오른 쪽으로 스치게 된다.
강물 색은 언제나 다르다.
때로는 강물이 먼지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머리 속 복잡한 생각들이 강물위로 미끄러지듯이 빠져나가면서, 반복되지만 언제나 새로운 여행에의 기대가 곁들인 신선한 기운이 내 몸을 감싼다.
이 신선한 기운은 가끔씩 자동차 악셀을 살짝 놓았다가 비비듯이 지질러 밟기도 하는 장난을 즐기게도 한다.
구속되는 느낌을 주는 공간에서의 해방감은, 이러한 유희를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다.
복잡한 시골장터의 느낌이 남아있는 양수리버스 종점을 우측으로 끼고 최사장이 부지런히 갈고 닦는
오데뜨카페가 있는 두물머리 쪽을 한 번씩 바라보면서 서울-양평대로를 올라탄다.
그러나 오늘은 오스트라리아 타즈마니아 출신의 작가 마리 루이 앤더슨(Marie Louise Anderson)과 민구의 양서면 앞 뉴랜드 부동산 사무실에서 만나기도 되어 있어, 좌측 양수역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민구가 분당 쪽에 살고 있어 경희대 수원캠퍼스기숙사에서 마리를 만나 출근길에 양수리 사무실로 데리고 오기로 한 것이다. 마리는 오스트라리아의 멜버른 코울필드 모나쉬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있으며, 올해 경희대학교 수원분교 도자기과에서 1년간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코울필드 모나쉬대학에서 마리는, 한국에서는 조소를 전공하고 멜버른에서는 미디어를 전공하고 있는, 한국학생의 소개로 대학 내에 있는 나의 작업실에 찾아왔다. 올해 한국에 가기로 되어 있는 그녀는 나를 통해 한국에 관한 정보를 듣고 싶어 했다.
외국에서의 생활 한국에서의 1년간 교직생활에 약간 들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녀는 나의 작품 프리젠테이션에도 참여하였다.
두 세번 만나면서, 그녀가 타즈마니아 섬 출신이라는 것과 판화실기실에서 작업한다는 것, 그리고 조각과 드로잉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그녀가 타즈마니아 출신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뉴욕에서 윤선희가 타즈마니아를 꼭 가보라고 했던 조언과 원주민문화, 그리고 영화 쥬라기공원의 첫 장면의 그곳이라는 부분에서 내 상상력은 부풀어 갔다. 또한 우리는 환경미술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철암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마리는 자신의 고향 타즈마니아에서의 집안의 환경문화사업(생태관광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할아버지대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자연에 대한 경험을 지니고 타즈마니아로 이주했다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더욱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의 이주농민들이 경험한 숲에 대한 파괴와, 그 경험을 살려 옮겨간 오스트라리아의 섬 타즈마니아에서의 생활이야기가 이어졌다.
숲에 대한 보호와 함께 시작한 원주민들과 공동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철암과 구와우를 몇 년 간 오고가고 있는 내게 큰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자신의 궁극적인 작업의 목표는 그곳을 가꾸는 것이라고도 하였다.
우리는 한국에 가면 만나기로 하였다.
그 때가 오늘이 된 것이다.
민구는 수고스럽게도 마리를 오데뜨 카페앞에 데려다 주었다.
최성호사장 이경희선생 마리와 차를 한잔 마시고 양평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72년 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보아 아마 나보다 나이가 위일 것으로 생각되는 마리는, 그의 경력에서 보듯이 도자가 주전공이지만
드로잉 환경조각 디자인등을 두루 섭렵하였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30년 가까이 꾸준히 교육을 받고 있으며 자신의 경력을 풍부히 하였다.
그녀는 지금도 모나쉬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다.
모나쉬 대학에는 이렇게 늦게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들의 태도는 진지하며 어린학생들보다 더욱 겸손하다.
본받을 점이다.
그녀는 차안에서 타즈마니아와 자신의 관계를 더욱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오늘 강의에서 설명할 자신의 작업의 주요내용인 걷기(walk)와 희망(hope)개념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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