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용선 |
|
 |
쉴러, 보이스 3. 우정 - A |
|
 |
|
|
|
|
|
|
|
쉴러, 보이스
3. 우정 - A
중학교 1학년 나는 반에서 9번이었고, 동훈이는 10번이었다. 당시 미아리에 살던 나는 현재의 청와대 옆에있는 학교까지 멀다고 돈암동으로 옮기게 되었다. 돈암동(현재의 삼선동 4가) 내가 태어난 조그만 한옥집의 뒷켠에 판자로 이어 댄, 뒷켠방에 큰누나와 따로 살게 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큰누나는 나를 위해 같이 있게 된것이다. 가끔 미아리에 갔다오게 되었다. 집안사정은 어려워졌고 미아리(인수동)에 갔다오면 마음이 무거웠다.
동훈이 부모는 이북에서 내려와, 아마도 서울역 앞 남대문 시장에 넥타이 파는 노점으로 자리잡은 것 같았다. 1960년인가 당시 그의 아버지가 있는 남대문 시장은 그야말로 시장 안의 판대기 위에 넥타이가 어느정도 놓여있는 말 그대로의 좌판이었다. 내 기억으로 당시의 남대문 시장은 조그만 임시 재래시장 정도로 기억된다.
그의 집도 서울역 앞 남산 올라가는, 당시에는 별로 환경이 좋지 못한 곳이지만, 집 건물은 2층으로 된 흰색 타일의 괜찮은 집이었다.
남대문 상권은 아마도 그 당시에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이었나 보다. 나보다도 집안의 경제사정이 좋은 그는, 학교 몰래 다니는 퇴계로 아데네 극장비를 자주 도와주었다. 둘은 자주 어울려 극장과 빵집을 드나들곤 하였다. 우리의 우정은 깊어갔다.
중학교 2학년 때 즈음의 일이다.
당시 시골과 같은 미아리 외딴 곳에서 자란 나는 도시를 체험하기 시작했다. 집안이 아주 기울어 신흥사 근처의 정릉 산동네로 이사간 후, 나는 점차 학교생활이 맞지 않게 되었고, 그와도 점점 멀어져 갔다. 산동네 단칸방에서 7식구가 사는 생활은 나를 자꾸 밖에서 돌게 만들었고, 공부 한답시고 근처의 개인이 운영하는 사립도서실에 드나들게 되었다. 어른들의 감시가 거의 없는 당시의 산동네 사립도서실은 거의 무법천지에 가까웠다. 당시에는 몰랐으나 경재개발로 달려가는 사회속에서, 사회의 빈틈에 있는 청소년들은 거의 무방비 상태였다. 군사정권의 12시 통금 사회에서 사회의 감시가 거의 없는 밤의 사립도서실 내부는 이성교제가 부자유스러운 남녀의 학생들에게 칸막이 너머로 성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은밀한 장소였다. 아무런 이유없는 힘이 난무하였고, 다른 동네에서 온 힘이 없는 모범생들은 12시 너머 밖으로 불려나가 이유없이 맞고 들어오는 일이 허다하였다.
때문에 어느 날 나도 그 경계 지점에서 집단구타를 당하기도 하였다. 그놈은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머리를 감싸안았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순간이었다. 그의 손에 있는 돌덩이가 순간적으로 가족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인과응보였다.
남을 때리면 나도 맞게 되어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 당시에는 승욱이와 인X이와 팔구 길을 따라 그들을 뒤쫓았다. 우리는 분산되어 먼저 도착한 승욱이가 고립되어 또 다시 흙에 뒹굴게 되었다.
오래전 일이다.
나는 그곳에서 인간관계를 배우고, 남자들간의 힘의 세계를 터득하였고, 각 개인의 인간성을 터득해 나갔다.
산의 중턱을 깎아 만든 허술한 시멘트 벽면과 노출된 흙 벽 사이의 좁은 틈 속에서 담배 피우기와 주먹질이 오갔다. 그 습한 찌든 청자 담배 냄새와 뱉어진 침 등, 비벼 끈 담배 꽁초 흙 냄새가 지금도 나는 듯 하다. 그곳 신흥도서실에서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
저녁이면 많은 애들이 몰려들었고 밤의 정릉 공청 동네를 내려다 보면서 담배불을 댕겨대면서 여기저기 떼 지어 서성거렸다. 도서실비 조차 없는 산동네 애들은, 혹은 그나마 학비조차 없거나, 교육에 무관심한 가정의 애들은 중학교 조차 중퇴한 채 밖에서 친구들을 불러내곤 하였다. 갑자기 동네 친구들이 두 패로 나뉘어진 것이다. 학교에 간 친구들은 형식적이나마 시험기간에 도서실에 갔고, 학교를 그만 둔 애들은 그 의무가 없어진 것이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동훈이와 나는 소원해져 갔다. 그는 나의 권유로 혹은 그의 자의로 한두 번 정릉에 놀러오기도 하였으나, 분위기가 다른 상황에서 그것은 지속될 수 없는 것이었다.
공부와 멀어져 가는 나를 그나마 책과 연결 시켜준 것은 소설책들 이었다. 친구들과 소설 이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고 당시 많은 소설책들을 읽었다. 이곳 베를린에서 지난 달, 그중의 한 기억이 합쳐진 (<서부전선 이상 없다>) 참호 속 독일군 병사들을 그렸다. 베를린 브란덴 부르그 문 근처의 동서독 분단의 안내판들은 그 기억을 되살려 내었다. 그것은 2년 전의 방문의 일이며 이제 그것을 완성하게 되었다.
인연은 묘한 것이다.
당시 고등학교에서는 국가 발전을 위하여 많은 학생들을 이과계로 유도하였다. 대학 입학률을 올리기 위한 것이기도 하였을 것이다. 그 정도가 심한 것을 느끼었다.
"근대에 이르러 인간이 자기 자신으로부터 소외되어 가고 있다는 인식이 쉴러의 문화비판적 성찰의 출발점을 이루었다. 전문화와 노동의 분업화가 인간으로부터 총체성과 통일성을 앗아 갔으며, 공권력을 갖춘 국가는 인간을 한낱 조작 가능한 객체로 격하시켰다. 그러나 어떻게 인간이 이처럼 자아가 분리된 상태로부터 벗어나 자신과 다시금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그 어떤 목적으로 인해 자신을 소홀히 하도록 규정될 수 있을까? 이성이 목적하는 바가 있어 우리에게 규정해 놓은 하나의 완전함을 자연이 그 자체의 목적 때문에 우리에게서 빼앗아 갈 수 있는건가? 개별적인 힘들의 형성을 위해 불가피하게 총체성을 희생시키는 일은 결코 그릇된 것임에 틀림없다. 속은 자연의 법칙이 여전히 이러한 방향을 추구한다 할지라도, 예술이 파괴해 버린 우리의 자연속에 있는 총체성을 보다 높은 차원의 예술을 통해 되살리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과제이다."
독일문학사 p.<인간의 미적 교육론Ueder die aethetische Eryiehung des Menschen>(1795)
|
|
[인쇄하기] 2006-09-21 23:31:49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