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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9.17(일) 철암그리기 여행 2
2006.9.17 12:38 전차동 어귀 the entrance to a valley of Jeonchadong, 종이에 파스텔 pastel on the paper, 36x51cm
2006.9.17 13:45 철암로에 비 It's raining on Cheolam-Ro, 종이에 목탄 charcoal on paper, 56x76cm
진한 황태해장국으로 아침을 먹었다. 이경희 선생이 푸코의 감시와 처벌, 판옵티컨 개념을 설명한다. 돌구지의 사택지가 그렇다. 안마당까지 잘 내려다보이도록, 아니 누군가 손쉽게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배치되었다. 그에 비해 산비탈에 바람에 날려갈 듯이 지어진 월천동이나 전차동의 판자집들은 전망 좋은 곳에 위태롭게 서있다. 얼기설기 집들이 엉켜 있어 단번에 분간하기 어렵다. 철암천변에 까치발을 내리고 다닥다닥 붙어선 집들도 예측을 불허하기는 마찬가지다. 계획된 하나의 조망권을 교란시킨다.
일행이 5명으로 줄었다. 전시와 여행이 구분되는 것 같다. 철암으로 이동하는 중간에 수갱탑을 보러 갔다. 수직으로 갱도를 파고 30미터쯤 되는 거대한 철제 탑을 세워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탄을 운반하는 채탄시설이다. 장성 가는 길 오른편에 있다. 헌데 수갱탑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아파트 건설현장의 거중기가 덩그렇게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함태광업소 사무실과 비슷한 흰 칠의 육중한 슬라브 건축물이 저만치에 보인다. 저마다 한마디씩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짐짓 비통스럽다. 그 때 누가 다가와 묻는다. “어데서 왔나요?” 다짜고짜 수갱탑의 존재를 그에게 캐물었다. 당황해하며 못 보았단다. 지역에 살면서 그 거대한 수갱탑을 모르냐고 다그쳤다. 작년 10월에 공사가 시작되었다고 말끝을 흐리더니 슬그머니 꽁무니를 뺀다. 입구로 나오는데 사무실에서 우리 쪽을 향해 소리친다. “수갱탑은 저 위에 더 가야 있더래요!” 다시 차에 올랐다. 머쓱해진 얼굴이 채 펴지기도 전에 수갱탑은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2001년 건축도시작업팀이 주관하여 조명쇼를 시연할 때 참관한 이후 처음이다. 버려진 철제 부품으로 조형물을 디자인했던 기억이 난다. 천천히 둘러보았다. 공장의 외벽에 걸려 있는 플래카드의 문구가 눈에 띈다. ‘몰래어긴 근무기강 내양심은 알고있다 / 장성광업소’
전차동 어귀에 종이를 폈다. 기차길 옆 골짜기에 지그재그로 길이 나있고 작은 집들이 군데군데 빼곡히 들어섰다. 지금은 네 가구가 살고 있다. 동네의 지형을 머릿속에 그려보면서 왕성했을 지난 한 때를 떠올려 본다. <12:38> 철암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역사의 현관지붕아래 서서 비에 젖는 철암로를 바라보았다. 이따금 한사람씩 우산을 쓰고 지나간다. 도장집 간판이 보인다. 그 아저씨가 궁금하다. ‘좋은 친구들’이란 간판도 있었나? 보상을 바라고 새로 개업하는 집이 더러 있다. 생음악연주라는 작은 글씨가 붙은 나이트클럽 간판도 있었던 것 같다. 하긴 춤과 생음악이 있는 열댓 평짜리 술집이 있으면 안 되는가. 천변의 뒤쪽에 촘촘한 까치발이 어지럽고 철암로변에 작은 식물이 화분에 즐비하다. 그 옆에 연탄재가 수북하다. 그런데 적벽돌로 지은 저 3층집에는 누가 사나? <13:45>
역 앞 신토불이 식당에서 김동현님과 함께 잔치국수를 먹고 구와우로 이동했다. 태풍 ‘산산’의 영향으로 계속 비가 내린다. 부슬부슬 가을비다. 해바라기는 여름내 노출된 주인장의 얼굴처럼 다 타들어갔다. 장작 타는 향긋한 냄새와 타닥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컨테이너 사무실에 모여 앉아 떠들었다. 한참 후 축제 때 전시했던 작품을 각자 정리하자 길을 나섰다. 김정락은 두 대의 차를 번갈아 가며 대리운전을 해주었다. 차에서 자는 동안 비 내리는 고속도로가 꽤 막혔나 보다. 집에 당도하니 새벽 1시다. 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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