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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9.16(토) 철암그리기 여행 1
2006.9.16 19:02 철암 가는 길에 매봉산 Mt. Maebong on the road to cheolam, 종이에 목탄 charcoal on paper, 36x51cm
철암 가는 셋째 주 토요일이다. 2001년 10월에 철암그리기가 시작되었으니까 꼭 5년이 되었다. 그동안 철암역갤러리가 생기고 전시가 한달단위로 계속 이어졌다. 올해 초 철암역 윈도우갤러리로 바뀌고 난 지금까지 줄잡아 50여 차례의 전시가 이루어졌다. 석탄박물관에서 기획 테마전과 환경예술세미나도 몇차례 열렸다. 철암그리기 백서를 6권 만들었다. 철암초 아이들과 워크숍을 통해 그림을 그리고 전시도 했다. 같은 내용으로 ‘미술은 즐겁다’란 책을 지식의 풍경 출판사에서 냈다.
뭉그적거리다 점심나절에 출발했더니 강변도로에서부터 차가 막힌다. 병풍처럼 늘어선 고층빌딩 숲을 배경으로 여의도 밤섬의 파란 녹색이 선명하다. 느릿느릿한 차를 몰면서 오만가지 잡생각이 든다. 어느새 백두대간 자락이다. 이쯤 오면 차량이 드문드문 다닌다. 피서철에도 그랬다. 어둑어둑해진 길가에서 종이를 펴고 매봉산을 바라보았다. 이야기로 그림을 대하니 한결 맘이 편하다. 이야기는 시간의 흐름에 순응한다. 시간 속에 이야기가 있다. 나 또한 시간 속에서 호흡한다. 순간순간의 실재가 모여 더 큰 순간을 연출한다. 어스름한 아스팔트 길가의 풍경이 여행자의 눈에 지나간다. <19:02>
철암역에 도착했다. 이제 막 작품배열을 끝낸 일행이 환한 얼굴로 반긴다. 이번 전시는 장성아. 이혜인, 김제민, 백규석, 이문주가 참여하는 김정락 기획의 ‘기억의 원근’이다. 작품을 둘러보았다. 제도 밖의 갤러리 운영의 묘는 자발적인 참여에 있다. 그런데 자발성은 무엇을 담보로 요청되나. 금별님이 한턱낸다고 해서 스치는 생각을 접어두고 할매곱창집으로 갔다. 사람들이 열평 남짓 홀에 꽉 찼다. 11명이 연탄돼지갈비를 소주, 맥주와 더불어 18인분 먹었다. 금별님은 매달 철암그리기일정에 맞추어 철암에 사는 홀어머니를 찾아뵙는다. 태백산 민박촌에 숙소를 정하고 이동했다. 여전히 주변의 공기가 맑고 차다. 소주와 맥주, 쥐포 몇 개와 라면을 끓여 놓고 이야기꽃을 솔솔 피웠다. 비행접시를 보았다는 백규석, 김정락이 누설하는 미술과 돈을 둘러싼 미술사의 뒷면, 부부지간이란 다른 한 쪽이 절대타자로 군림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고 말하는 나, 지리멸렬하게만 보이는 작금의 미술판에 대한 공격. 대안부재의 공허함을 달래며 담배연기를 목구멍 깊숙이 빨아들이거나 한 모금씩 술로 목을 적신다. 그동안에 밤이 깊었다. 하나, 둘씩 잠들기 시작한다. 한밤중에 금별님을 모시러 온 동현님이 참 무던해 보였다. 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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