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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와우에서의 다섯째날, 폭우
2006. 7. 16. 일. 비.
이곳에 내려와 있는 동안 전국적으로 꾀 많은 비가 내렸나보다. tv에선 계속해서 수해와 비소식을 전하는 뉴스속보가 이어졌다. 강원도 지역의 도로가 거의 다 끊겼다는 보도다. 느즈막히 숙소에서 나와 구와우로 향했다. 여전히 비가 내렸고 해바라기가 더 고개를 숙인 것 같았다. 서울로 올라가는 날이다. 구와우 순두부집에서 아침겸 점심을 뜨는 둥 마는 둥 먹고는 나는 전시장으로 가 그림들을 사진에 담았다. 삼각대를 놓고, 화각을 조심스레 맞추어 그림 하나 당 노출을 바꿔가며 서너 장씩 찍었다. 문 앞의 난데없이 놓여있는 지프차와 화환들때문에 전경은 찍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조용히 사진을 찍고 있는데 우열이에게 전화가 왔다. 지금 떠나려고 하는데 너는 하루 더 있는다며?
전화 건너편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섞여 들려온다.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지? 하지만 맥없이 하루 더 묶게 되었다. 어처구니 없는 말이었지만 조금은 지쳐있는 데다가 왠지 그냥 올라가기가 아쉬워 그냥 더 있기로 했다. 비가 계속 내렸고, 도로사정이 어떨지 모르니 안정될 때까지 올라오지 말라는 어머니의 전화가 못을 밖았다.
결국 인사도 못한 채 기차를 타러 간 일행들과 헤어졌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장선생님도 쉬러가신다며 숙소로 바로 가셨다. 배석빈, 이경희, 정은화 선생님도 함께 차로 서울로 올라가셨다.
비를 맞는 것도 지겹고 컨테이너 방에 들어가 책을 좀 보다가 누웠다. 따뜻한 전기장판에 잠이 좀 올까 했는데 잠도 안온다. 비때문에 온통 눅눅하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짐을 챙겨 류선생님 차에 옮겨놓고 저녁을 먹으러 구와우를 빠져나왔다. 시내의 어떤 식당에서 사장님과 천연염색을 하시는 몇몇 분과 류,장선생님, 한의사분과 아구찜과 해물탕을 먹었다. 이제 매운 음식도 잘 못먹겠고, 술도 별로 당기질 않는다. 뭔가 문제가 있는걸까? 아님 좋아지려는 신호일까?..
숙소로 돌아와 류,장선생님, 박석준이라는 한의사분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동양과 서양 문화의 본질적 차이에 대한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갑자기 아버지를 만나면 참 얘기가 잘 통하실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들이 그림을 통해 이루려고 하는 것을 자신은 한의학을 통해 도달하려 한다는 말이 인상깊었다. 재미있는 분이었다. 내 친구 한명과 외모가 무척 닮았다. 외모가 닮으면 성격도 조금은 비슷한 것 같다.
하루를 잘 쉬고, 다음날 오전 봉화로 돌아 동해의 국도를 따라 바다 구경도 하면서 천천히 서울로 올라왔다. 무려 12시간을 달렸던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오래 걸렸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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