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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7.12(수) 철암일기(구와우) 1
2006.7.12 07:32 일산큰비 It rains heavily, 종이에 연필 graphite on paper, 23x31cm
새벽부터 빗방울 소리가 시끄럽더니 아니나 다를까 시커먼 하늘에 큰비가 사방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차 유리창으로 흐르는 빗물에 녹아내리는 아파트 단지 내 풍경을 연필로 더듬어 보았다.<07:32> 차도에 흙탕물이 넘친다. 소돔의 도시를 빠져나오기라도 하는 듯 일산을 벗어났다. 내부순환로를 지날 때까지 서울의 대기는 흥건했다. 영동 고속도로를 들어서자 비는 간데없고 구름사이로 파란 하늘까지 보인다. 불안정한 대기를 뚫고 하염없이 달려 구와우에 당도하니 정오를 넘어섰다. 차로 구와우를 돌아보다 물컹한 흙길에 더 이상 나가지 못했다. 작은 스케치북을 꺼냈다. 아직 꽃피우지 못한 해바라기가 언덕에 파랗다. 씨를 받아 이듬해 그 자리에 다시 뿌리면 전년도에 비해 절반 정도 밖에 자라지 못한다고 한다. 능선에 새로 원두막이 지어졌다. 나무들은 바람에 이리저리 넘어진다. 희고 검게 몇 겹의 솜이불처럼 두터운 구름은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변화무쌍하다. 구름 사이로 하늘이 가끔씩 보인다.<14:55>
2006.7.12 14:55 구와우 guwhawoo, 종이에 수채와 파스텔 watercolor & pastel on paper, 23x31cm
2006.7.12 17:35 구와우 guwhawoo, 종이에 칼라압축목탄과 파스텔 pastel & color compressed charcoal on paper, 42x59.4cm
조금 큰 종이로 바꿨다. 구름은 마치 공연이라도 펼치듯이 시시각각 다르다. 직경 2cm 가량의 칼라압축목탄은 그런 구름의 움직임을 좇는다. 한층 고조된 대기의 불안정한 흐름이 구름을 이리저리 몰고 다니며 현란한 그림을 창공에 그리고 나는 그 흔적을 바짝 뒤따른다.<17:35>
막 그림에서 손을 떼고 한숨을 돌리는데 먼저 도착한 배석빈, 장성아, 이정은, 최혜영이 저기 온다. 푸르른 동산을 배경으로 한가하게 잡담을 나누었다. 그들이 걸어내려 갈 때 나는 하는 수없이 차로 간다. 툭 터진 시야로 멀리 함백산이 보인다. 습기가 걷힌 맑은 하늘에 구름이 동강나 여기저기 덩실 춤춘다. 나무들도 음영이 뚜렷하다. <18:00>
2006.7.12 18:00 구와우 guwhawoo, 종이에 목탄 charcoal on paper, 23x31cm
우리 일행은 황지로 나가 김남표와 강원랜드 조리팀장, 수의사인 축제 사무국장외 또 한명과 함께 식사를 했다. 그 날의 흥미로운 화제는 ‘개와 소’ 이야기였다. 한편으로 작고 큰 연회의 진정한 주인의식이 아쉬웠다. 숙소에 들어와 간단하게 맥주를 나누어 마시며 내일의 일정을 상의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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