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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6.8(목) 철암일기 4
침대에 습기가 있어 그런지 몸이 뻐근하다. 씻기가 불편한 구와우에서 이틀밤을 보내고 나니 몰골이 말이 아니다. 김남표 또한 마찬가지다. 아침부터 비를 뿌린다. 일하는 아주머니들을 아예 오지 말라 해야 일당을 날리지 않는단다. 아주머니들의 일당은 점심을 지참하는 조건으로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하고 3만 5천원에서 4만원이다. 김남표를 황지에 내려주고 석탄박물관을 지나 사우나탕에 들렀으나 쉬는 날이다. 그냥 달렸다. 마침 날이 갠다. 신나게 달렸다. 바람이 시원하다.
옥동을 지나 솔고개에서 정차했다. 언제 보아도 고아한 자태가 우람하다. 종이를 꺼냈다. 숨을 죽이고 천천히 혹은 빠르게 콘테를 놀렸다. 문득 김춘수의 ‘희고 푸르게’ 란 상용제목이 생각났다. 연이어 문범의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란 제목도 떠오른다. 감각의 구체성을 말하지만 개념이 떠받치는 감각의 감각이다. 개념의 수단으로 옷을 입힌 물감덩어리가 차라리 육감적이지 않은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짜임새 있는 육중한 솔낭구에 담긴 500여년의 세월을 따라다니는데 작은 그림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오후 4시에 가까워 소마미술관에 도착했다. 우선 화장실에 들러 세수하고 양치했다. 부랴부랴 사무실에 들어가니 김재광은 오늘이 약속인지 몰랐단다. 그는 화들짝 놀란 듯 말했으나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담당자와 뒤늦은 그와 함께 교육프로그램의 대강을 상의하고 저녁을 먹었다. 삼합에, 소주에, 국수에, 막걸리다. 진로가 일본자본에 흡수 합병되었단다. 들끓는 민족감정의 포화를 어떻게 감당할지 궁금하다. 11시까지 슈퍼 앞 간이탁자에 앉아 김재광과 오랜만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술 깨고 가려는 내 심중을 잘 헤아려 주었다. 좋은 사람이다. 여름 중에 시간을 내어 철암에 같이 한번 가자고 했다. 그런데 차를 몰고 오다 생각해 보니 대화 중에 ‘건강’에 관한 이야기가 삼분지 일은 차지했던 거 같다. 그런 나이인가? 륮. |
2006.6.8 1130 솔고개-w.jpg (182853 Byt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