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6.7(수) 철암일기 3
눈 뜨니 아침이다. 7시가 채 안된 자연의 아침시간이다. 내게 그리 익숙한 시간대가 아니지만 천혜의 자연이 숨쉬는 구와우의 아침이 상쾌하다. 안개가 자욱이 내려앉은 구와우를 산책했다. 신선이 따로 없다. 보이는 것 한 둘을 빼고 나머지는 모두 안개 속에 숨어 대기한다. 한걸음 두 걸음 놓을 때마다 그것들은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다. 그저 반갑게 맞이할 따름이다. 휘적휘적 걷다보니 안개가 걷히고 날이 훤하다.
새벽부터 일하던 감남표를 만나 그의 지프차를 타고 다시 한바퀴 돌았다. 밭 사이로 난 수로에 수초가 말라 하얗다. 지저분하다며 돌로 메우고 흙을 덮어 해바라기를 마저 심겠다고 김남표는 말한다. 아니다. 자연스러운 흔적들이 인공적인 것과 충돌할 때 서로의 진면목이 잘 드러난다. 어느 한 편에서만 바라볼 때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그것이 이발하기 전처럼 지저분하게 보일 수 있다. (그 이발사는 내 구레나룻을 밀고 싶어 번번이 거절하는 데도 갈 때마다 의사를 묻는다.) 축제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 했다. 누구에 의하든 이 장소가 아름답게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깡통 탑을 둘이서 고안했다. 관람객들이 버리는 캔이 골치 아프다는 말에 착안하여 탑의 모양은 형성되기 시작했다. 캔과 석탄을 섞어 채우면 좋겠다.
점심을 간단히 햇반을 데워 밑반찬으로 때우고 그림을 시작했다. 어제 그리던 걸 다시 펼쳤다. 어째, 감각이 밤새 굳은 피부를 뚫지 못한다. 중간에 작은 종이를 꺼내 그렸다. 좀 나아졌다. 사무실 앞마당에서 건너편을 바라보면 완만한 산등성을 덮은 초지에 조림된 잎갈나무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있다. 아래 얕은 계곡을 따라 나무들이 엉켜있다. 그 앞으로 30 cm 정도 자란 해바라기가 가지런하게 푸르고 사이에 흙길이 나 있다. 한쪽에 전시장으로 쓰였던 간이 건물 두 동이 기역자로 마주보고 있다.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하얗다. 달력에서 보았음직한 장면인데 어딘지 어색하다.
날이 저물었다. 김남표와 황지에 나가 해장국을 거나하게 해치우고 어제 그 잡화상에 들러 차를 마셨다. 잡화상 하루 매출액이 상상을 초월한다. 오늘 상행을 포기하고 내일 일찌감치 출발하기로 했다. 륮. |
2006.6.7 1222-1836 구와우-w.jpg (451103 Byt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