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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6.5 19:59 상동 sangdong, 종이에 콘테 conte on paper, 36x51cm
2006.6.5(월) - 6.8(목) 철암일기 1
6.5(월)
작업실에 제습기를 가동시키고 오후 3시가 넘어 철암을 향해 출발했다. 늘 가던 길이지만 여전히 멀게 느껴진다. 자유로를 달리다 내부순환도로를 갈아타고 남양주 방향으로 가다 양수리를 지나고 홍천방향으로 갈라서서 가다 가로지르는 중앙고속도로를 만나 올라탄다. 시속 160에서 170을 밟아볼 수 있는 구간이 있다. 치악 휴게소에서 막국수를 훌훌 먹고 제천으로 빠져나온다. 나오자마자 38번 영월 방향으로 자동차전용도로에 접어든다. 이 도로가 계속 뻗어나가는 중이다. 아마 태백을 지나 동해까지 갈 모냥이다. 영월에서 태백으로 넘어가는 산골짜기의 도로가 구불구불해서 차로 한시간 반은 족히 걸린다. 자동차 전용도로가 전체구간에 걸쳐 개통되면 상당히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겠다. 서울에서 3~4시간? 그 때 나는 구 도로로 다녀야겠다. 얼마나 한적하겠는가. 새 도로에 잘려나가긴 했어도 워낙 수려한 풍경은 여유로운 공기를 품고 본래의 정취를 맛보게 해 줄 것이다. 오른 쪽으로 꺾어 들면 상동을 거쳐 석탄박물관으로 넘어가고 왼쪽으로 가면 사북, 고한을 지나 태백에 들어간다. 난 상동 길을 주로 택한다. 거리도 쬐금 가깝지만 길이 아기자기해서 시각적으로 덜 피곤하다.
상동에 접어들어 얼마안가 길가에 정차했다. 이미 해는 지고 파르스름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산의 완만한 비탈에 여름 나무들이 본격적으로 광합성 작용을 시작해 기운이 뻗쳐 있다. 나무를 통째로 뒤덮어 감는 저 칡넝쿨의 이파리가 유독 반짝거린다. 멀리서도 잘 분별된다. 나의 육안은 칡넝쿨의 왕성한 생물성에 곧바로 이끌려 궁굴려진다. 비스듬하게 누운 산골짜기의 햇살에 나무들의 그림자가 늘어지고 순응적인 집들이 단아하다. 멀리 능선을 따라 나무들은 숲이 되어 희미하다. 물가에 고운 수초가 뽀얗게 촘촘하고 맑은 시내는 하얗게 하늘을 담는다. 엉거주춤 좁은 길가 수풀에 앉아 콘테를 쥐고 허겁지겁 그 기운을 쫓다 보니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았다. 계속해서 돌아가는 김광석의 테이프 목소리를 들으며 차에 올라 가속페달을 밟았다. 얼마가지 않아 후드득 빗방울이 듣자 번개가 친다. 광자의 관자놀이에 고래심줄 같은 핏줄이 시퍼렇게 뻗치는 듯하다. 마치 3막 3장으로 끝나는 연극의 마지막 장면에 들어선 것 같다.
이강우와 김동현이 기다리다 지쳐 식사를 막 끝내고 반주 삼아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을 때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섰다. 까맣게 그을린 이강우의 얼굴이 원래 까만 피부를 알 수 없게 한다. 11월 전시를 앞두고 매주 내려온단다. 김동현도 가게 보느라 3일째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한다. 일찌감치 금강골 숙소로 이동했다. 아직도 여긴 서늘하다. 방바닥이 뜨끈뜨끈하다. 반쯤 열어둔 창으로 솔바람이 코끝에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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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6.5 1959 상동-w.jpg (340110 Byt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