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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lam.org 게시판의 글(417, 414) 두 꼭지를 옮깁니다.
하나.
<순수한 목적으로 돌아가기>
유타주, 뉴멕시코주 등을 여행하다보면 고스트타운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유명한 겨울 스키 명소가 된 유타주 소재의 Jackson Hole 또한 한때는 탄광이 자리잡은 곳이었지요. 지금에 와서는 저와 같은 외국 관광객을 포함한 많은 스키객과 관광객이 머물 호텔과 상점만이 즐비한 곳입니다. 땅과 그 주인이란 참으로 묘한 인연을 맺게되나 봅니다. 아주 오래전 그 곳은 호피 인디안들이 살던 곳이었습니다. 그나마 몇군데에서 접하게 되는 인디안들의 은세공 장식품을 파는 상점(그것도 원주민은 Indian Reservation으로 쫒겨났지요)과 그들의 역사관이라 불리우는 초라한 박물관만이 명백을 유지하고, 인디언들이 본래의 주민임을 서글프게 보여주더군요. 인디안 그 후의 주민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탄광산업을 중심으로 모여들어 마을을 이루고 경제생활을 영위했을 촌부들은 거의 외지로 떠나거나 어쩌지 못해 남아있는 사람들만이, 외지인들이 주인이 되어버린 상점과 호텔에서 일상으로부터 탈출한 관광객을 맞이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낯선 제 시선으로도 그 곳은 타지의 부와 자본으로 본연의 색을 잃은 빛바랜 낡은 사진같이 현재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또 다른 고스트 타운으로 보였습니다.
혹여 놓치거나 왜곡된 시각으로 바라본 것은 아닐까라는 의구심으로 어제 본 환경스페셜을 인터넷으로 다시 보았습니다. 이번 시청에서는, 우선 환경스페셜에서 다루게 된 동기, 적합성 여부를 살펴보았습니다. 두 가지 커다란 축, 사람과 환경으로 접근가능하더군요. 사람이 도저히 살 수 없어 공동화가 예측되는, 즉 경제활동이 정지된 인간의 삶이란 한 축과 낙동강의 근원이 시작되는 하천임에도 불구하고 오염이 방치되어 있다는 자연에 대한 또 다른 한 축이 그것들이죠. 이 방송을 시청한 일반인들의 무감각에 이 두 축을 꽃아 그들의 의식을 일깨운다는 역할이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그 것이 KBS의 기획팀에서 기획한 제작의도라고 생각됩니다.
재차 방송을 보면서, 14인의 건축가의 노력과 의지가 초발심처럼 순수함을 지킬 수 있을까라는 의혹이 생겼습니다. 이제 일반의 주목을 받은 시점에서부터, 많은 기업가와 자본가들도 그곳에 눈길을 돌릴 것입니다. 산업시설이 들어서기에 효용가치가 투자가치보다 적다고 판단된 현 상황에서 그들은 그들 나름의 서비스업으로 태백의 자연과 탄광이라는 사라진 문화를 선전문구로 하여, 도시에 지친 사람들의 호기심을 유혹할 것입니다. 그런 경우, 철암에 대한 지역민과들의 신뢰를 받기까지의 인내, 현지조사, 관재업무, 타당도연구, 기타의 자료조사, 시민 운동 등의 온갖 노력들을 기울인 최초의 14인들이 순수한 처음의 마음을 강건하게 지킬 수 있을까라는 기우도 생깁니다.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폐탄광을 보존하는 방법으로서 폐탄광의 문화상품화(체험장),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에게 수공예를 교육하여 생산력을 갖추도록 하는 교육시설의 설립, 그들의 허름한 집을 허무는 대신, 그 집들이 지닌 세월의 자취를 보존하여 예술인들에게 유료 임대하는 예술인 유입 유도 목적은 그 어느 것도 다른 1,2차 산업과 첨단산업이 들어설 여건을 잃은 땅에는 더 없이 좋은 것으로 얼핏 판단되었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하면, 그 땅에 남은 주민들은 건축가들이 목적한 위의 것들로부터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없다는 우려가 남습니다. 결국 자발적이지 못한 움직임, 외부로부터 촉발된 운동에는, 자신의 땅에서 발은 딛고 숨쉬고는 있되, 빼앗긴 땅의 주변인이 내몰린 자신들을 슬프게 발견하게 될 것임이 위의 예 Jackson Hole에서 증명되었기 때문입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론화되어 시민단체나 뜻있는 일반에게 활동의 정당성을 보장받는 기회가 되었다고 이 번 방영에 의미를 두고있다면 참으로 위험합니다. 늘 문제란 두번째 이후로 다가오는 다른 목적과 부딪힐 때, 최초의 순수함마져 혼탁해질 수 있기때문입니다. 방송을 보면서 잠시 오해할 수도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버려진 땅의 돈냄새를 먼저 맡은 건축가들이 용역이라도 선점하려는 흑심이 숨어있지는 않을지.... 하지만, 땅에 대한 사랑과 사람의 체온에 대한 교감없이 불신을 신뢰로 이끄는 노력은 3년이란 세월동안 쉽지 않았으리라는 믿음으로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싶은 간절함이 남게됩니다.
남들이 모를 때가 차라리 남들이 알 때 보다 쉬었음을 언젠가 느끼게 될 겁니다. 하지만, 시작할 때의 14인의 순수가 구체화되어 어느 때인가 그 곳을 찾을 때 반겨주기를 기대합니다.
둘.
다음은 건축도시작업팀의 4/6,7일 철암방문결과입니다.
<주민들의 반응에 대한 조사>
*2/28 발표회 후의 주민들의 반응을 조사하기 위하여 철암주민 몇몇 분들과 면담한 결과 주민들의 반응은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냉담했습니다. 주민들의 반응은 크게 무관심에 의한 무반응, "다 필요없다. 공장을 지어야지"라고 말하는 이들, 그리고 "별천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냐? 어느세월에 되겠느냐."라고 말하는 이들로 분류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첫번째의 "무반응파"의 경우에는 발표회 당시부터 홍보가 부족했던 이유가 가장 크게 작용했으리라 생각됩니다만, 또한 그것은 대안 없는 현실에 대한 주민들의 좌절감이 얼마나 깊은 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반응은 적극적 반대보다도 무섭습니다. 침묵이 거짓말 보다 무섭듯이... 두 번째 "공장파"의 경우에는 지역전체의 관 의존형 심리와 돌꾸지 신산업단지계획, 지방정부의 계속된 공장우선유치약속에 대한 희망, 그리고 공장유치가 쉽지않은 현실에 대한 객관적 시각의 결여 등이 원인이 되어 주로 관변단체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의 경우 "신뢰부족파"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분들은 우리의 작업을 외지인들이 한번쯤 하는 푸닥거리로 보는 시각이 강한 것 같습니다.
*주민들의 반응에 대한 반성의 토론이 있었습니다. 우선 지난 번 우리의 전시발표회가 주민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었고 앞으로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필요하며, 태백시청과 지역단체에 의지해서는 아무것도 해낼 수 없다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면 태백시의 전반적인 정책은 "철암에는 공장"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철암에는 돌꾸지 신산업단지유치 이외에는 아무런 투자 특히 관광투자가 없읍니다. 이는 매우 손쉬우며 달콤한 정책입니다. 공장유치/기업유치는 철암지역주민들 뿐만아니라 태백시민들의 의타적/관의존적/특혜수혜적 정서에 쉽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 태백에서 논의되고 있는 기업유치를 위한 조사결과에서도 보여지듯이 조사대상기업들은 대부분 불가능에 가까운 요구들을 내놓고 있으며, 따라서 이전의지는 거의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더구나 공장이전에 긍정적인 의사를 보이는 기업들에 대한 질적 평가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즉 기업의 유치는 비교적 건강한 기업이 유형 무형의 더 나은 기업활동여건을 좇아서 이전하는 것이 되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평가와 선별이 이루어지기에는 태백의 현실이 너무나 어렵고, 비교적 건강한 기업이 기업활동하기에는 태백의 생산여건이 너무나 나쁩니다. 지역이 그들에게 정부 돈으로 몇 년간의 운영을 보장해주는 것은 정치적 판단으로 가능할 것이나, 기업이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그러한 메리트가 없다고 판단되면 그들은 또 떠나갈 것입니다. 기업이 정부지원으로 몇 년간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태백에 철암에 들어온다면, 또 그러한 지원에만 눈이 멀어 경영능력이 없는 이들이 기업을 창업하여 들어온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우리는 이미 돌꾸지의 창조중공업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은 바 있습니다.)
물론 건강하지 못한 기업이라도 정부의 지원이 계속되는 동안 경쟁력을 확보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계각국의 유수한 신산업단지들의 성공에서 알 수 있듯이 기업의 유치가 세금과 자금지원으로만은 성공될 수 없을 것입니다. 그 보다는 기업활동을 하기 좋은 여건이 더 중요할 것이며, 그 물리적인 여건에서 태백은 너무나 불리하며, 하물며 비 물리적인 여건은 더욱 어렵다고 보여집니다. 적어도 타지역보다 나은 것이 없습니다. 기술과 패기만으로 도전하는 진정한 벤쳐를 믿고 지원해주는 정부기관이 어디에 있습니까? 지원을 감사하며 초발심으로 열심히 뛰는 벤쳐기업이 몇이나 됩니까? 기업이 기업활동만을 열심히 할 수 있도록 기업환경을 조성해주는 마인드가 대한민국 어디에 있습니까?
그리고 그 중에서 철암은 더욱 더 어렵습니다.
*이러한 지역의 현실에 대한 냉정하고도 객관적인 평가는 사실 지역내에서도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까놓고 얘기하면서 기존의 정책을 수정하기에는 아직 멉니다. 고원관광휴양도시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바로 그러한 현실에 대한 인정이며, 대체산업유치를 위한 연구용역의 결과가 그러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피해는 철암에 지워집니다. 물론 돌꾸지 신산업단지에 몇몇의 공장이 들어올 수는 있겠습니다만, 그것이 머지않은 미래에 맞이할 폐광을 대체하여 철암을 지탱할 정도가 될 수 없음은 너무나 확실합니다. 그것이 폐광이후에도 이곳을 떠나지 못할 많은 이들을 먹여살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임은 1차 발표회 보고서에서도 입증된 바 있습니다. 그것이 이루어진다하여도 먼 장래의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철암이 폐허가 되고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진 뒤에 신기루처럼 공장이 들어선다면 무슨 소용입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것을 믿고 있습니다. 아니 믿고 싶어합니다. 따라서 철암에 신산업단지를 유치하는 것만큼이나, 그 전에 이루어질 철암의 소멸을 막을 실천은 너무나 중요한데, 아무도 철암의 시간에 대하여는 말하지도 않고 귀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단지 시간을 연장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되겠지...하고 말입니다.---이것이 "공장파"주민들의 딜레마입니다. 이것이 그 잘난 사람들이 이끌어 가는 대한민국 경제의 딜레마입니다. 이것이 게시판의 정창용씨의 글의 딜레마입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차라리 "신뢰부족파"가 반갑습니다. 우리를 믿어주지 않고 우리의 제안이 이루어지겠는가 의문하시는 분들이 더 반갑습니다. 적어도 그분들은 우리와 논쟁이라도 할 것이며, 우리에게 자신들을 설득할 기회라도 주시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그분들을 설득해 나갈 것입니다.
*이와 같은 지역의 냉담한 반응 속에서 우리가 계속작업을 해나가기란 사실상 매우 어렵습니다. 우리작업이 건축가들의 자위행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역주민들의 삶과 함께하지 않는 이상도시를 만들고자하는 것이라면 철암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주민들이 주인되지 않는 철암작업은 없습니다. 어는 건축잡지에서는 이러한 작업팀의 입장을 도망갈 때를 대비한 발언 정도로 이해하고 있기도 합디다마는, 우리가 여기서 이를 언급하는 것은 우리딴에는 한껏 여유 있게 "담담하게"예상했던 결과가 참담하게 드러남에 대한, 지금까지의 안이했던 현실감에 대한 반성일 뿐이며, 더 적극적으로 지역주민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냉정한 현실인식과, 작업의 성격과 한계에 대한 가감 없는 인식 때문입니다. 이를 위하여 우리는 지역주민과 후원단체 분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주민들, 특히 우리를 신뢰하지 못하는 분들을 설득하기 위하여, 더 적극적이며 맨투맨에 가까운 주민설득에 나서야 한다는 점과, 우리가 나서면 무엇인가 '구체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미술과 공예학교와 관련된 내용
*미술과 공예교육프로그램은 교육이탈에 의한 지역붕괴와 장기적인 경제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매우 시급한 과제이다. 따라서 이의 추진을 위한 준비가 시급한데 그 축은 크게 두 개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선 철암고등학교를 미술과 공예교육을 주제로하는 대안학교개념으로 특화하는 문제에 관하여는 기술적으로 학교가 공교육기관인 점과 특화된 교육을 책임져주실 분을 구하는 문제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학교와 관련하여, 학교내부에서 공식적으로는 작업팀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보고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리고 학교신문에도 보도되었습니다. 작업팀에서는 5월 말경에 철암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건축한마당을 기획하여 학생들의 지역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작업에 대한 이해를 확산시킬 예정입니다.(작업팀의 여러멤버들은 9AM의 이름으로 이미 2회에 걸쳐 어린이 건축한마당 행사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회의결과 참조)
*교육을 책임져주실 분에 대한 섭외가 무척 중요한데 아직까지는 답보상태다. 가급적 지역에 계신 분중에서 능력있고 의식있는 분을 섭외중이나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성격상 예술가마을 프로그램의 진도와 함께 속도 조절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공예교육과 관련하여 자활지원센타 측과 많은 토론이 있었습니다. 현재 자활지원센터는 상철암지역에 인접한 백산역 부근에 건평 80평에 많은 목공장비를 보유한 목공방을 가지고 있는데, 최근 인건비문제로 공장이 문을 닫고 있다고 합니다. 자활지원센터의 설립목적에만 맞는다면 우리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시설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장기적으로 지역의 경제적 대안이 되고 주민들의 자활을 지원해낼 수 있는 비젼을 제시한다면 오히려 센터쪽의 환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우리 프로그램에서 공예교육은 직업교육과 경제적 대안, 그리고 산림문화전시관이라고 하는 빌리지움 프로그램과 삼각으로 연결되어 있는 만큼 매우 희망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운영을 주도하실 수 있는 분을 구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기존의 기업적인 마인들를 가진 분들은 단기적으로는 좋으나 주민 재교육 등, 설립목적에서 멀어질 염려가 있고, 장기적으로 지역의 한계를 디자인으로 승부해야하는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논의에서는 당장은 어렵더라고 장기적인 비젼을 가진 비교적 젊고 의식이 있는 "집단"이 운영을 주도해주어야 할 것이라고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작업팀이 찾아야 할 분들이 계속 늘어갑니다.끝
02.1.3 일자 cholam. org 게시글을 추가합니다.
Re: 철암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태백인2
철암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다양한 의견들을 펼친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반대입장도 있고 찬성하는 입장도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저는 태백에 살고 있는 - 아니 떠날 수 없는 형편이라는 표현이 더 나을 수 있겠습니다만...- 저로서는 이 프로그램을 접하면서 과연 태백의 미래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 것인가를 전제하면서 프로그램을 통해 제기된 문제의식을 갖고 새삼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태백은 정부의 에너지 증산정책에 떠밀려 지역주민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시로 승격되어 한 때는 인구 12마명에 전국 최대의 광산도시가 되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정부정책의 방향이 바뀌고 국제에너지수요와 환경을 우선시하는 추세에 맞추어 석탄은 효용성이 없는 에너지이니까 합리화를 해야 한다며 많은 탄광을 폐광시켰습니다.
대안도 없는 석탄산업합리화사업으로 많은 탄광이 불과 4~5년 사이에 3개 탄광만 남기고 폐광되었고 2만여명에 이르던 탄광근로자들은 2천여명만 남아 있습니다. 이같은 폐광정책은 탄광을 생업으로 살아 가던 많은 근로자들을 실직시키고 그 가족들과 정든 고향을 등져버리게 했습니다. 그들은 지금도 어는 도시의 그늘에서 변변한 경제적 자립능력도 갖지 못한 채 도시의 경제적 낭인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역은 어떻습니까? 많은 실직근로자들은 당장의 생계를 꾸려갈 방법을 찾다가 결국은 신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광산에 오랫동안 근무한 것인 원인이 되어 진폐증으로 밤잠조차 제대로 이루지 못한 채 폐광사택의 한 구석에서 깊은 시름을 달래야 하는 재가진폐환자들의 수는 4천여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 어떤 것도 지역주민들의 의지대로 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모두 정부의 정책에 따라 이리 갔다가 저리 갔다가 하다보니 이렇게 된 것입니다.
태백을 떠나서 사는 사람들은 차라리 희망을 가질 수도 있겠지요. 젊거나 아니면 능력이 있거나 (심지어는 막노동을 할 수 있는 근로능력이라도)하는 사람들은 이미 태백을 모두 떠났습니다.
여러가지 투자환경이 어려워지고 민자유치사업과 대체산업을 유치하려는 지자체의 노력도 진행되고 있지만 요즘같이 어려운 경제상황하에서 어디 쉬운 일입니까? 물론 이러한 노력을 통해 태백지역이 하루 속히 개발이 되고 경제가 향상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희망을 갖기에는 아직 태백의 엄동설한 만큼이나 좀더 많은 고초를 겪어야 하고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다만 그런 희망을 기다리고 있기보다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해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스스로의 힘에 의해 지역을 꾸려가보지 못했던 주민들에게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가 늘 얘기하는 지속가능한 개발의 주체는 주민이고 주민이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 보겠다는 의지가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주민들이 스스로 개발의 주인으로 나서고 외부의 다양한 자원(재정, 인력, 기술 등)을 활용하여 지역사회를 변화시켜 나가려는 노력이 있을 때 주민들은 개발에서 소외되지 않고 주체로서 당당히 나설 수 있습니다.
어느 분이 충고(?)를 하던데 경제학자도 좋고 도시전문가도 다 좋습니다. 우리도 그들과 협력하여 지역사회를 발전시켜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말로만 되는 일이 아닙니다. 그들이 무엇이 안타까워서 태백에 내려와 일을 하겠습니까?
실천을 전제로 하고 생업마저도 일정부분 포기를 하고 달려들지 않는다면 주민들도 동참하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주대관님과 그 일행들의 노력은 참으로 대단하다고 봅니다.
지역주민의 한사람인 저는 그들의 활동을 이제부터 눈여겨 볼 것입니다.
설사 그들이 용역을 위해 이 지역에서 일한다고 하더라도 저는 그들의 건강한 활동을 기대합니다. 태백은 많은 전문가연하는 사람들이 들러서 지역개발에 대한 용역을 수주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느 용역도 지역주민의 바램에 속시원하게 해결책을 주지 못한 채 용역비만 받아 갔습니다. 이렇게 사전에 그 많은 사람들이 그것도 이런 용역이 아니더라도 도시에서 충분히 자신의 생업을 꾸려갈 수 있는 능력들이 있는 사람들이 용역을 받기 위해 사전 정지작업차 이런 짓을 3여년이나 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판단으로는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차라리 그들을 용역따기를 노린 '꾼'들로 보는 사람들의 생각이 의심스럽습니다.
냉소적인 입장도 안됩니다. 말로만 앞서는 입빠른 사람들의 행위도 저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봅니다. 지식만 잔뜩 가진채 실천도 못하는 유약한 지식인들은 차라리 그 지식을 포기하고 길거리로 나가는 것이 요구됩니다.
이 시대 이처럼 건강한 지식들이 있다는 것에 가슴 뿌듯함을 느끼면서 이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분들이 우리 지역뿐만 아니라 좀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드러나지 않는 공간이라고 마구 써대는 것도 우리는 삼가해야 할 것이며 정작 토론이 필요하다면 이름을 밝히고 공개적인 토론을 했으면 합니다. 무조건적인 매도와 근거없는 비판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원인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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